이유상 KB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장

세계 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처절했던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이자 숙원은 일본을 넘는 것이다. 과거 식민통치의 수치심이 트라우마(외상 후 후유증)로 각인돼 수 십년간 우리 국민들의 가슴속에 응어리로 이어져왔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운동경기에서 다른 나라에는 패배해도 그냥 넘어가지만 일본과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절박함이 한국인들의 정서이다. 과거에는 복싱, 레슬링 등 격투기에서 일본을 이기는 경기가 많았지만 근래에는 피겨, 체조, 수영, 골프 등 선진화된 종목 등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

문화(영화, K팝 한류)에서도 본 고장인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를 휩쓸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기세가 거침이 없다.

최근에 세계 3大 신용평가기관인 Moodys, S&P Fitch에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일본보다 한 등급 높게 책정한 바 있고 국가 신용부도 위험지수인 CDS Premium(신용부도위험스왑)이 일본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경제 전망이 부정적인데 반해 한국은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일본의 상징처럼 인식됐던 간판 기업인 소니, 샤프, 코닥 등의 회사가 국내 삼성, LG, 포항제철 등의 기업에 추월 당하고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 제철, 반도체 산업은 세계 1위의 산업으로 확고부동하게 자리잡고 있다.

한국은 얼마 전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불-인구 5000만 명)’에 가입하고 OECD, G20 회장국 등 선진국 요건을 갖추고 있다. 20-50클럽 가입을 아시아 국가들은 부러움과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때 한국을 아시아 4룡(龍)으로 불리우던 시절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몇 몇 산업분야나 스마트폰, 컬러 TV, 반도체 등이 일본을 앞섰다고 정말 일본과의 경쟁우위가 확보된 것일까? 과연 한국은 일본을 넘을 수 있을까? 국내외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아직도 일본을 따라 잡는데는 역부족이며, 일부에서는 일본을 추월한다는 것을 요원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과거에는 군사력의 우위가 가장 큰 비교 대상이었으나, 현대에는 경제력이 더욱 큰 경쟁요소이다.

경제통계수치를 잠깐 살펴보자.

지난해 기준 GDP는 일본이 5조 3910억불인 반면, 한국은 9863억불로 5배 이상 차이가 있고, 1인당 GDP도 한국 2만 3749불, 일본 4만 5774불, 국제표준특허 3건 대 273건으로 그 격차가 아직은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내수경제의 근간이 되는 인구도 한국 5000만 명 대 1억 3000만 명으로 2배 이상 차이가 있다.

세계 유일의 특허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Hidden Champion(히든 챔피온)’이라 하는데, 한국은 23개 기업, 일본은 220개 기업으로 미래 성장 동력인 핵심기술력의 큰 격차는 단기간 내 극복이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최첨단 제품인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이 저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한 저명한 학자는 “한국은 일본의 고질적인 원천기술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하고 독자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일본을 이길 수 있으며 진정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일본에 비해 젊고 활력이 넘친다. 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GDP는 2017년이면 일본을 따라 잡을 수 있다. 다방면에서 대한민국 국운이 상승하고 있는 21세기는 일본을 넘어 설 수 있는 절회의 기회를 맞고 있다.

과거 피해의식의 산물인 항일(抗日)이나 승일(勝日)을 넘어선 극일(克日)의 기회가 왔다. 극일은 싸워서 이기는 개념이 아니라 정신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진정으로 일본을 앞서는 상위 개념이다. 한국이 일본을 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기초과학분야와 정밀부품 제조기술(원천기술)의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 사회적으로는 문화,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국민 개개인에게도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대한민국이 ‘극일(克日)’을 넘어 진정한 선진 한국으로 도약해 세계 역사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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