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와인랜드 '초정밀 광시계'·'양자 컴퓨팅'
프랑스 아로슈 '광자 덫'…두사람 모두 양자광학 연구

2012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세르쥬 아로슈(Serge Haroche·68) 교수와 데이비드 와인랜드(Wineland·68) 박사는 양자역학적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고 조작하는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수상자 발표에서 "개별 양자계(individual quantum systems)의 측정 및 조작을 가능하게 하는 획기적 실험 기법을 개발했다"고 이들의 업적을 소개했다.

이 두 사람의 연구 방향은 원자(혹은 이온)-광자(빛의 입자)로 이뤄진 매우 단순한 양자역학적 시스템을 측정하고 조작한다는 면에서는 똑같다.

넓은 의미에서 양자 광학(quantum optics)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연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연구 대상으로 삼은 시스템이나 측정 방식은 서로 반대 방향에서 접근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와인랜드 박사는 이온(혹은 원자)을 가둬 놓은 상태에서 빛(레이저)을 이용해 측정·조작을 했고, 아로슈 교수는 초정밀 거울을 이용해 빛 입자 하나를 '덫'에 가둬 놓은 상태에서 원자를 이용해 측정·조작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원(NIST)에 재직중인 데이비드 와인랜드 박사는 미국 콜로라도 볼더에 있는 NIST 물리학 연구소에서 37년간 꾸준히 양자 광학 분야를 연구한 대가다.

그는 레이저를 이용해 절대 영도에 가까운 초저온으로 이온을 냉각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으며, 그가 속한 연구 그룹은 2001년 이 기술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시계'를 만들기도 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수은 이온 단 하나를 초저온으로 냉각시키고 가두어 둔 후 이를 갖고 지금까지 인간이 할 수 있었던 가장 정밀한 시간 측정을 한 것이다.

그는 또 이 레이저를 이용한 이온 냉각 기술을 이용해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즉 양자역학적 현상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계산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를 창시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분야는 암호 해독 기법 연구 등 여러 다른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와인랜드 박사의 레이저 기반 이온 냉각 기법을 기반으로 해 중성 원자 냉각 포착법을 개발한 미국의 스티븐 추, 윌리엄 필립스와 프랑스의 클로드 코엔-타누지는 1997년 노벨상을 이미 받았다.

콜레쥬 드 프랑스(College de France)와 프랑스 파리 고등사범학교(ENS)에 재직중인 아로슈 교수는 빛의 입자, 즉 광자 하나를 가두어 두고 조작하고 측정하는 연구를 했다.

아로슈 교수는 단일 광자를 덫에 가두기 위해 매우 정밀도가 높은 거울을 만들어 빛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초전도(superconducting) 기술과 초저온 냉각 기술이 쓰였다.

이런 방식으로 '덫에 갇힌 단일 광자(single photon in a trap)'를 만든 후 이 광자의 상태를 연구하는 데는 원자가 사용됐다. 원자 중에서도 그 속의 전자 중 일부가 매우 에너지가 높은 들뜬 상태(excited state)로 돼 있는 '리드베리 원자(Rydberg atom)'를 이용해 이 원자와 광자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살핀 것이다.

제원호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원자 하나와 광자 하나, 혹은 이온 하나와 광자 하나로 이뤄진 매우 간단한 물리계에 관한 실험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현상을 해석했다는 점에서 아로슈 교수와 와인버그 박사의 업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아로슈 교수가 미국 예일대에 있을 당시 박사학위 논문을 썼던 제 교수는 "여러 입자가 모여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여러 단계를 거쳐 관측과 해석이 이뤄질 수밖에 없지만, 간단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들을 직접적이고 확실한 방식으로 증명하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가장 단순한 양자계(quantum system)를 측정하고 조작한다는 점에서 와인랜드 박사와 아로슈 교수의 연구는 공통점이 있지만, 와인랜드 박사는 이온을 가둬 놓고 빛으로 측정과 조작을 했고 아로슈 교수는 반대로 빛을 가둬 놓고 원자로 측정과 조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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