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논설고문]
중앙행정권력의 대이동 본격화
지방분권·균형발전 가치 살려, 미래 명품도시 모델 구축 관건

중앙행정 권력이 세종시로 본격 이동하고 있다. 16개 중앙행정기관과 20개 소속기관 등 36개 정부기관이 2014년까지 3단계로 나눠 세종시로 옮겨온다. 국무총리실 선발대가 세종청사 이전을 마치고 오늘 오전 입주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다. ‘수도 서울’ 600년 역사상 '대변혁'으로 기록될만하다.

수도에 국가의 모든 기능이 집합돼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더 이상 설자리를 잃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수도 서울의 근거를 찾기 위해 '경국대전'을 '관습헌법'의 지위로 편입시켰었다는 건 아이러니다. 중국 전통적인 중앙집권적 왕조 역사관에서 나온 '천도(遷都)' 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반대론자들이 내세웠던 '수도분할' 논리의 배경에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인식의 편린이 깔려 있었다.

수도 이전 정책의 역사는 깊다. 이를 첫 모색한 건 박정희 정권 때다. 당시 박 대통령은 1978년 1월 연두기자회견에서 임시행정수도 건설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인구 50만~100만명 규모였다. 후보지로 내정됐던 곳은 연기-공주 지역이다. 현재 세종시 구역과 상통한다. 이른바 '백지계획'은 박 대통령의 암살로 무산되고 말았지만 훗날(2002년 9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의해 되살아났다.

2003년 12월 청와대를 포함 정부를 이전하는 신행정수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2005년 3월 국회에서 이전 대상을 12부 4처 2청으로 축소한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이 통과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이것마저도 다시 축소하려 했지만 충청권 반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공약이 나온지 10년 만에 세종시가 국토전략상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한 의미가 남다르다. 그간 충청지역민들이 겪어야만했던 심적 고통은 그 무엇으로도 형언키 어렵다. 세종시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충청권에 머무는 사안이 아니다. 지방의 위상이 전체적으로 새롭게 정립돼야 할 시점이다. 그 가치를 국론으로 집약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상기해보면 시사하는 바가 한둘 아니다.

비록 애초 계획보다는 그 규모가 축소됐지만 법적·제도적 절차를 거쳐 세종시대가 개막된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란은 부질없는 짓이다. 정략적인 관점에서 또 다시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세계적인 명품도시로서의 미래지향적인 품격과 경쟁력 확보에 주안점을 둬야 할 일이다.

세종시대 비전에 걸맞은 국정운영 모델이 구축돼야 하는 게 그 첫 번째 과제다. 중앙권력의 권위주의적인 운영방식을 탈피하고 지방분권형 국정운영 구조로 재편하는 게 불가피하다. 각 부를 지휘·감독하는 부처 통할권(統轄權), 장관 임명제청·해임건의권 등의 현행 헌법상 총리 권한의 강화 방안으로는 책임총리제가 꼽힌다. 국민의 참여 및 협치 개념의 서비스 행정도 보강돼야 함은 물론이다.

도시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 및 인재 양성 시스템을 비롯해 도시의 자족성 보강도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세종시는 2030년까지 50만명을 수용한다. 세종시민 정체성 확립을 위한 문화차원의 다각적인 접근책도 모색돼야 마땅하다. 편입지역 균형발전 문제도 풀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원주민-편입주민-이주민들을 두루 묶어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시-대전-청주·청원-천안 등 충청광역경제권과의 연계발전을 위한 상생·공동전략이 중요해졌다. 광역권역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거점도시별 산업과 기능, 교통인프라 활용 등 조정해야할 분야가 한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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