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과 도시가스사업법, 배관설치 주체 달리 규정 '혼선'

청주 율량2택지개발지구 단독주택용지에 도시가스 배관을 설치해 달라는 집단 민원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6일 충북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3일 율량2지구 도시가스 문제를 다뤘으나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도시가스사업법과 주택법이 충돌하는 제도상의 허점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2009년부터 율량2지구 단독주택용지(전체 607필지)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은 사업시행자인 LH에 이어 도시가스 공급 업체인 충청에너지서비스에 배관 무상 설치를 요구했다.

통상 배관 길이 100m당 50가구가 넘어야 도시가스사업자는 공급관을 무료로 설치해 준다. 50가구 미만이 신청하면 수요자에게 시설 분담금을 받는다.

그런데도 계약자들이 '공짜 설치'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주택법 때문이다.

이들은 '주택건설이나 대지 조성 사업의 경우 전기·통신·가스 또는 난방 공급자가 해당 간선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택법 규정을 내세워 지난 7월부터 도와 청주시, 권익위 등에 민원을 냈다.

주택법 조항은 수요자가 가스공급시설 설치 비용 전부 또는 일부를 분담하도록 한 도시가스사업법과 상충한다.

충청에너지서비스는 처음부터 난색을 표명했다. 민원인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면 53억원의 큰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관행대로 배관 길이 100m에 50가구가 들어서야 무료로 배관을 깔아준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의 입장도 비슷하다. 도는 율량2지구만 예외로 인정하면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도내 각 지역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도내 도시가스 공급률은 50%대 초반이다.

도의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사업법을 적용하는 수밖에 답이 없다"며 "법 조항을 고치던가 택지조성 단계에서 도시가스 시설을 하고 그 비용을 분양 대금에 반영하는 등 제도 개선이 우선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H는 "주택법상 규정이 있는데도 도시가스 공급 독점권을 가진 사업자가 손해를 운운하며 배관을 설치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최근 법원도 도시가스사업법보다 주택법에 힘을 실어줬다"고 주장했다.

권익위는 관련 기관의 생각을 듣고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라고 원론 수준의 권고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율량2지구 단독주택용지는 이르면 오는 12월부터 공사가 가능하다. 지금 이대로라면 건물을 짓고도 한동안 도시가스를 공급받지 못하는 고충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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