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4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 등 사실상 대권행보에 나서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1일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확정 뒤 며칠 이내에 출마 여부에 대해 밝히겠다고 했지만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회동에 이은 광주 방문으로 사실상 대선주자와 마찬가지의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 원장이 5·18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고 영령들의 묘를 둘러본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전통적인 지지세력의 근거지이자 민주화의 성지를 찾은 것은 명실상부한 야권 주자임을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호남은 2002년 대선 경선 당시 이인제 후보에게 뒤지던 노무현 후보를 밀어주는 등 주요 고비 때마다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방문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호남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차원으로도 여겨진다.

안 원장은 현재 광주ㆍ전남 등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누르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상황이다.

전날 박 시장과의 회동에 대해서도 박 시장은 "정치적인 얘기는 일부러라도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출마와 관련한 모종의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박 시장이 시민사회의 '대부'라는 점에서 안 원장이 박 시장을 만난 것 자체가 시민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신호를 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안 원장이 광주를 방문한 것은 민주당의 후보 선출이 임박했고, 현재 경선 1위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경선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부상한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 후보의 부상이 자신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리면서 국민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행보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민주당 후보 선출 이후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한 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만큼 5·18 민주묘지 방문과 같은 의미있는 행보를 통해 지속적으로 언론 노출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안 원장이 종전처럼 이날 광주 방문의 경우 외부에 포착되기 쉬운 상황임에도 비밀리에 진행한 데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박원순 시장 방문의 경우도 회동을 마친 뒤에 언론에 통보하는 등 그동안 안 원장측은 안 원장의 현장 방문 등의 일정에 대해 지나치게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안 원장 측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행보에 대해 대권행보와는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5ㆍ18 묘역을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혼자서 조용하게 다녀오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의 의견을 듣는 중이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출된 이후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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