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대전사랑시민협의회장]
어릴적 폭언상처 성격 바꿔, 말로 받은 상처도 치유돼야
'말하기 전 생각한다' 훈련을

필자가 교수 시절 상담한 학생 중, 김상일(가명)이라는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상대방이 볼펜으로 손에 무엇을 쓰거나 교묘하게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는 것을 보면 공연이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그래서 폭언을 하거나 어떤 경우는 공격하고 싶은 충동을 크게 느낀다고 했다. 왜 그렇게 폭력적으로 변할까?

김 군이 중학생 때 친구가 볼펜으로 손바닥에 예상 답을 미리 써놓고 시험시간에 부정행위를 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김 군에게도 같이 커닝을 하자고 유혹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 사실을 자랑삼아 아버지께 말했다.

김 군은 아버지로부터 칭찬을 기대했지만, 아버지는 그에게 “병신 같은 놈”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이 학생은 마음에 칼이 찔린 것처럼 아프고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고 한다. 그 때부터 그는 볼펜과 관련된 어떤 상황을 보면 “병신같은 놈”이란 말이 떠오르며 분노와 공격의 충동을 느꼈다. 김 군을 그렇게 만든 것은 생각 없이 말한 아버지의 폭언이 남긴 상처 때문이었다.

말은 생각하고 잘 말해야 한다. 폭언이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상대를 질타하거나 판단하는 등의 말은 부정적인 몽둥이처럼 때리고 칼 찌르듯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신체 부위에 상처가 나면 아파서 치료를 한다. 말로 받은 상처도 외상처럼 몹시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외상과 달리 마음의 아픈 상처는 가해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또한 자신이 그런 상처를 주었는지 조차 모른다. 설령 알았다 해도 말로 받는 아픔은 상처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피해자만 고통스러워 괴로워한다. 따라서 말로 받은 상처도 외상처럼 치료가 돼야 한다.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자신의 말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받은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말을 관리할 수 있는 좋은 훈련이 있다. ‘나는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한다’ 라는 간단한 말을 자주 되풀이 해 3주 혹은 4주 정도 매일 4회씩 중얼거려 연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떤 말을 하려는 순간, 하려는 말을 먼저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자신의 언어습관이 바뀐 것이다.

이것이 언어의 신비함이다. 그리고 말은 구속력이 있어 첫 번째 말을 잘해야 한다. 말은 긍정적인 말이든, 부정적인 말이든 들으면 그 순간 들은 그 말대로 나의 시각을 고정한다.

특히 처음 듣는 말의 힘이 더 강하다. 만약 처음 만난 친구에게 인사로 “너 아프냐?”라고 말했다면 그 친구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힘이 없거나 아픈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나타낸다. 그러니 처음 만날 때 상대의 좋은 점, 감사나 칭찬의 말을 먼저 말하면 즐거운 감정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말로 인한 언어폭력은 언어습관이 나빠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감정을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터트리는 데서 일어난다. 참는 순간을 심리학자는 3초라고 한다. 화난 순간 분노를 폭발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요령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대를 바라보던 눈을 피하거나 빨간색 정지교통신호를 생각하거나 혹은 ‘사랑은 오래 참고’라는 글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사실 화를 내거나 폭언을 하고 나면 5분만 지나면 후회하게 마련이다.

말이 삶의 80%를 지배한다. 말은 조직과 가정에 행복과 희망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불행과 절망을 줄 수도 있다.

건전하고 밝은 사회, 건강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폭언이 아닌 배려의 언어 습관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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