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당 전면전 태세 돌입했지만 정체성부터 확립하는 게 순서다
대권주자 내놓지 못하면 파멸 뿐

선진당의 심사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유한식 세종시장에 이어 이명수 국회의원 그리고 기초의회의원들이 선진당에서 잇따라 탈당, 새누리당으로 옮겨가면서부터다. 이른바 '철새 논쟁'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연일 내놓는 선진당의 논평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선진당은 논평에서 '공작정치' '길바닥에서부터 한바탕 붙으면 누가 손해일 것 같은가' '마지막 한 당원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에 맞서 처절한 투쟁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새누리당과의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공교롭게도 엊그제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태풍피해지역인 논산시 연무읍 봉동1리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복구작업에 나선 군 장병 등을 격려했다. 논산지역은 선진당 이인제 대표의 지역구이어서 선진당으로선 내심 개운치 않은 눈치다. 여당 대선 후보가 선진당의 안방에서 민생행보 선점효과를 누리는 모습이 퍽 상징적이다. 제몫도 못 찾는 선진당 주제에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참으로 보기에도 딱하다.

아닌 게 아니라 새누리당-선진당 역학관계는 미묘하게 얽혀 있다. 논쟁의 시발점은 '보수대연합론'이다. 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당시 한나라당에 손을 먼저 내밀었다. "보수세력은 이해타산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그의 당시 표명이 나온 이래 보수진영 간에 이에 대한 논의구조가 본격 가동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선진당은 2010년 7·28국회의원 재보선 참패 등의 악재로 정당 운영자체가 힘들만큼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였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회창-심대평-이인제'를 축으로 하는 충청정치세력 통합을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켰지만 충청민심은 냉랭하기만 했다. 여야 각 정당이 조직쇄신, 인물교체 및 영입, 정책 및 노선 정비 등의 개혁본령에 충실한 반면 선진당의 경우는 보수대연합론 접근방식이나 지역 정치세력 재편 단계에서 머리수 키우기에만 급급한 탓이 크다.

그러다보니 선거전략에서도 진정성을 담보하지 못했기에 그에 따른 손실이 이만 저만한 게 아니었다. 그 원죄는 선진당 자신에 있다. 선진당 전략은 지난 4·11총선에서도 그랬듯이 '여야(보수 대 진보) 양당 구도를 깨고 건전한 제3당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보수대연합론과는 정면 배치되는 전략이다. 양날의 칼 앞에 선진당이 충분한 설득과정도 없이 '제3세력화' 운운하니 국민 눈에는 이중 플레이로 비치는 것이다.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이점을 십분 활용했다. 선진당은 처음엔 새누리당과의 접촉사실 자체를 은폐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새누리당 황우여 원내 대표가 지난 설 연휴 지나서 이회창 전 대표를 찾아가 '합당'을 제의한 것으로 밝혀졌고 국회본회의장에선 이와 관련,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과 접촉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총선 결과에서 그대로 반영됐다. '합당으로 없어질 선진당보다는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게 낫다'는 투표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대선을 불과 100여일 앞두고 충청정가에 또 다시 바람이 분다. 선진당 지역구 국회의원 3명중 한명이 새누리당으로 옮겼다. 당대표와 원내 대표 각각 한명에다 비례대표 2명의 초미니 정당이 대선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건지. 아직 선진당엔 광역단체장 1명과 광역의회 의장 3명과 적지 않은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기초의원 등의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대권 주자조차 내놓지 못할 경우 그 한계는 누가 보상해주지도 않고 기억해주지도 않는다. 충청권에서 정당 지지율 1%선에 그치는 지역정당의 현실을 훌쩍 뛰어 넘어설 대안이나 묘수를 부릴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이란 게 과연 있을까.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이번 12·19 대선에서도 충청민심을 얻지 못하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사실 하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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