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는 동안 구미 강대국들은 세계를 지배하며 약소국들을 식민지화 했고, 꾸준히 자본력과 기술력, 정보력을 앞세워 역사의 주인으로 행세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며 성장한 세계인들은 구미 강국의 세계 지배가 영속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산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자본과 기술과 정보가 없는 유색인종들은 세계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비관적 생각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패배의식을 가졌고, 서구문화에 대한 동경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면서 세계질서는 확연히 바뀌어 가고 있다. 동방의 작고 조용한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무대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고, 오랜 겨울잠에 빠져있던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투톱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본 역시 꾸준히 강국으로의 면모를 지켜가고 있다. 바야흐로 동방의 한중일 삼국이 국제사회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자신도 우리의 위상이 이토록 높아질 줄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혹여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성장하는 날이 올 것이란 기대는 가졌더라도 이토록 빨리 그 일이 현실로 다가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6월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내총생산액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 명을 동시에 달성하는 ‘20-50클럽’에 가입했다. 당당히 G20의 회원국이며 세계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IT강국이다. 최근에는 한류열풍이 지구촌 곳곳을 점령해 우리의 문화가 빠르게 세계의 주류문화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나는 한국사람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이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이냐”라는 반문을 받지 않을 처지가 됐다. 오히려 근면 성실한 민족성을 바탕으로 잿더미에서 손꼽히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나라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이번 런던올림픽은 국제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대회였다. 대회 성적표가 말해주듯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일본 등 동방의 3개국은 스포츠는 물론 경제, 외교, 문화 등 다방면에서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해보인 대회였기 때문이다. 과거 제국주의를 앞세워 약소국을 식민지화 시켰던 구미의 강대국들을 우리는 따돌렸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은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무지개 같은 존재가 아니다. 언제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스포츠의 힘은 그 나라 경제의 힘을 방증한다. 아울러 외교적 힘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은 모든 국민과 해외동포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21세기 세계의 질서는 동방 3국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과 중국이 양강체제를 유지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세계 질서는 이렇듯 변화하는데 우리의 사고가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민첩하게 새로운 세계질서에 맞는 의식구조로 새틀을 짜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스스로를 약소국이라고 평가하고, 서구 문화에 대한 동경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정작 구미 열강들은 우리를 무서워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들 보다 월등히 앞서는 근면성과 성실성을 갖추고 있다. 세상은 아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세계의 약소주변국이 아니다. 세계무대의 핵심 주인공이다.

중국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버려야 한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중국과 어떻게 우호관계를 유지하며 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얼마나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등거리 외교를 펼치느냐가 앞으로의 우리에겐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이미 일본과 유럽 다수의 국가들은 중국의 팽창을 인정하며 그들의 새로운 국제사회의 강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과 어떤 관계를 유지해가며 그들을 경제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21세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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