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개월 불구 흥행은 '참패'
여야 모두 민심 담지 못한 탓, 국민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할 때

대선후보 경선 국면에서 보여준 여야의 '흥행 성적'은 몇 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참패'에 가깝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도 없고 가슴 찌릿하게 뒤흔드는 감동도 없다. 뭔가 쫓기듯 오고 가는 여러 군상들이 오버랩될 따름이다. 영 시원치가 않다. 경선 그 자체를 통과의례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새누리당의 경우 오늘 오후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를 공식 선출할 예정이지만 그 결과는 박근혜 의원의 압승이 확실시되고 있는 터다. 박 의원이 경선 역사상 최다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득표율 90%를 웃돌 수도 있다. 지금까지 경선 최다 득표율은 2002년 당시 이회창 후보가 획득한 68%였다. 박 의원 '표 쏠림' 현상을 은근히 걱정하는 시각마저 나온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당내 지지 우세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밀렸던 박 의원으로선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전폭적인 지지도를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경선의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그럴 바엔 차라리 ‘추대’를 하고 말지'라며 번문욕례(繁文縟禮) 시비가 불거진다. 여기에서 으레 나오는 것이 바로 사당화(私黨化) 논란이다. 특정후보 일색의 당 구조 및 운영방식은 당내 민주주의의 실종을 초래할 수 있다.

대통령선거 본선에서 이 문제가 본격 제기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이미 예고됐다. 당초 완전국민경선 불발을 이유로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경선 포기를 선언하는 등 한때 당내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비록 우여곡절 끝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 5인이 참여함으로써 일단 경선의 모양새를 갖추긴 했으나 당 내외 분위기는 한껏 띄우지 못했다.

전국에서 책임당원·일반당원·일반국민 등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시행한 투표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건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최다 득표율 그 이면에 드러난 메시지를 결코 간과할 일이 아니다. 표의 확장성 차원에서 대세론의 한계는 분명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은 들러리가 아니기에 심판 또한 언제나 냉정한 경로를 거친다.

대선 후보 경선의 흥행부진 현상은 야당이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다. 민주통합당은 이제야 대선후보 본경선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다. 문재인 대세론에 손학규, 김두관에 이어 정세균, 박준영 후보가 추격하는 형세다. 몇몇 후보의 참신한 슬로건이 반향을 일으키는 듯했으나 경선 자체가 민심을 관통하기엔 역부족이다.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 선거인단을 채우기조차 벅차다. 국민 무관심도를 반영하는 셈이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민주당은 접수 마감일까지 최소기준치로 잡았던 100만 명 선이 몰릴 걸로 기대하는 눈치다. 후보 간의 대반전 속에 결선투표의 긴박감이 살아날 경우 눈여겨볼 만한 이벤트가 연출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따지면, 야권의 무기력은 '안철수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대선 4개월을 앞두고도 아직도 안 교수는 대선 출마여부를 명백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야권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그런 민심이 작용하는 한 민주당 경선에 대한 민심은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안 교수-민주당과의 관계를 확정짓는 절차가 필수적이다.

이래저래 맥 빠진 대선 국면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 지형 변화가 예고된 마당이다. 충청권 기반 정당인 선진통일당이 어느 지점에 설 건지 초미의 관심사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선거에서 관전 포인트는 구도, 인물, 도덕성 및 자질 그리고 정책 및 비전을 들 수 있다. 고단한 국민 삶에 희망과 꿈을 줄 수 있는 후보는 누구인가.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차분하고도 엄중하게 검증·평가할 게 한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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