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난·정치변혁기 보낸 소년들 1957년~현재 부산지역 앵글에 담아
미공개작 100여점 ‘생생’하게 감상
15일부터 9월 5일 대전 롯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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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 작가 최민식(84)의 사진 미공개작 1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오는 15일부터 9월 5일까지 대전 롯데갤러리에서 대전점에서다. 이번 전시는 전쟁과 가난, 정치의 변혁기에 유년을 보낸 수많은 ‘소년(少年)’에 대한 경의로 우리 사회에 대한 자기성찰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소년’은 어린아이, 유년의 시절을 뜻한다.

전시는 모두 5가지 섹션으로 나눠졌다. 1부는 ‘소년, 표정을 짓다’이며 ‘2부- 소년, 가족을 만나다’, ‘3부- 소년, 등에서 크다’, ‘4부- 소년, 친구를 찾다’, ‘5부- 소년, 순간에 머물다’ 등이다. 사진작품의 촬영연대는 1957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의 자갈치시장,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 최 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각계각층의 소년들의 사진들이 선보이게 된다.

◆다큐멘터리의 전설을 보다

‘끝나버린 주제에 매달리는 이해할 수 없는 작가’.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사진을 찍는 그에게 동시대 작가들은 이렇게 비난했다. 또 어떤 사람은 그를 분노의 시선에서 가난한 사람을 찍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150점의 사진들을 보면 그 누구보다도 인간을 존중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그 중 130점의 사진들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 발표된다.

최민식 작가는 한국 사진예술계에서 다큐멘터리 사진 제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올해 85세인 그는 그의 작품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적나라하면서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도록 했다. 가난하지만 그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땀과 억척스러움이 짙게 묻어난다.

작품 활동 56년째인 그의 사진은 여전히 더없이 인간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고 평가 받는 배경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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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사진에서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1950~1970년대의 서민 생활을 포착한 사진은 더 그렇다.

6·25의 폐허를 딛고 근대화를 이룬 역사의 한 단면이 사진을 통해 그 사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에서 한 아낙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선 채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의 1969년 사진도 그 중 하나다.

고무신을 신은 소녀의 등에 업힌 아이가 오른쪽 손으로 어머니의 왼쪽 젖가슴을 잡고 고개를 들어 입으로 오른쪽 젖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어머니는 생선을 만지던 비린 손이 아이에 닿을까 손을 뒤로 한 채 젖을 주고 있다.

그 소녀와 아이의 어머니인 아낙네가 몸뻬 차림에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젖먹이를 내려다보는 표정에는 궁핍함 속에서도 잃지 않은 가족과 삶에 대한 강렬한 애정, 가난 극복의 강인한 의지 등이 비친다. 화가의 꿈을 안고 1955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중앙미술학원을 다닌 최 작가는 헌책방에서 에드워드 스타이겐의 사진집 ‘인간 가족’을 접하고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뒤 부산에서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08년, 자신의 사진작품 원판 10만여 장 등 13만여 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놓아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되게도 한 그는 사진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사진은 관념이 아니라 살아 있는 진실이다. 정직하고 정확해야 한다. 자꾸 꾸며대고 조작하면 안된다. 그래야 보는 이가 감동한다.”

진실이야말로 감동의 원천이라는 그의 예술관(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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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작가는 이미 모든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기증한 상태로 이번 ‘소년시대(少年時代)’라는 이번 주제에 적합한 작품을 선택하기까지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십 만장의 필름 중에 어린이 필름을 고르고, 스캔하고, 프린트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률적으로 톤을 맞추고 높은 질의 출력을 시도했다.

작가는 정식으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고, 넉넉하지 않은 생활형편으로 당시의 출력물이 그다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를 위해 그는 그 시대의 느낌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최적의 인화를 시도했다.

국수를 먹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의 시선에서, 가녀린 누이의 등 위에서 젖을 찾는 아가와 그 아이에게 젖을 주기 위해 부끄러움도 잊은 엄마의 마음에서 살기 어려웠지만 자식부터 거두고 먹였던 절절한 사랑이 묻어난다.

또 우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 누이의 손길에서부터 업고, 이며 동생을 길러낸 수많은 우리 형제, 자매들의 모습까지, 지독히 가난했지만 뒷골목을 주름잡으며 세상에 부러울 것 없었던 골목대장들의 익살까지 이 처절한 기록들은 이제 아름다운 추억이자 가장 찬란한 기록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했던 ‘사랑’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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