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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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부 愼言牌와 承命牌
甲子士禍(11)

"대사헌 이자건이 홍귀달의 서계가 불공하다느니, 그 말을 듣고 놀랐다느니 하면서도 귀달에게 죄 줄 것을 청하지 않으니 무슨 심사인가? 대저 지금 대간이 하는 일을 보면 재상에 대해서는 큰 잘못이 있어서 세력이 두려워 말하지 않고, 고단(孤單)하고 세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반드시 탄핵하고, 논란하니 대간의 임무가 이래서 되겠는가? 지금 귀달이 망령되이 불공한 말을 아뢴 것은 전일 이세좌가 불공한 죄를 범하였음에도 중죄로 다스리지 않고 귀양보냈다가 얼마 안 되어 풀어준 때문이니 이세좌의 죄를 다시 추론하여 백관에게 경계를 삼는 것이 어떻겠는가? 이자건에게 다시 물으오."

어명은 다시 빈청으로 전달되고 이자건의 대답이 또 올라왔다.

<이세좌는 과연 중한 죄를 범하였으나 이미 죄를 받아 징계가 되었을 것이므로 지금 다시 추론(追論)하기는 어렵사옵니다. 홍귀달은 마땅히 불경의 죄를 추국(推鞫)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간략한 답변이었다.

왕은 이번 기회에 이세좌를 다시 죄주어 대신과 재상들을 꼼짝 못하게 억압하려고 별렀다.

사간원 관원들은 이미 다른 일로 모두 파직시켰지만 사헌부가 아직도 버티고 있어 왕의 뜻을 거스르고 있었다.

왕은 병으로 입궐하지 못하는 영의정 성준과 좌의정 이극균에게 승정원 주서 이희보와 윤귀수를 보내 다음과 같은 질문서를 보이고 답서를 받아오게 하였다.

<이세좌가 중죄를 범하고 귀양갈 때에 재상과 대간이 그의 세력을 두려워하여 한사람도 그 처벌이 가볍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방면될 때에도 그 처벌이 가볍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고, 너무 빨리 방면되는 것에 대해 불가하다고 말한 자가 없었소. 모든 재상들이 이 때문에 교만해져 모두들 생각하기를 '아무개도 귀양간 지 얼마 안되어 풀려났으니 내가 죄를 짓더라도 역시 오래지 않아 풀려날 것이다' 하여 귀달 역시 그러한 마음으로 경계하지 않고 공손스럽지 못한 말을 한 것이니 지금 국문하여 죄를 주려 하지만 세좌가 지금 방면되어 와서 성 안에 있으니 불가하지 않은가? 성 밖에 두는 것이 어떨지, 협의하지 말고 즉시 아뢰도록 하오."

그것은 왕이 얻어내고자 하는 답변을 유도하는 다분히 위협적인 질문이었다.

이세좌가 귀양갈 때 너희들은 그의 처벌이 가볍다고 말하지 않았고, 그가 풀려날 때도 너무 빠르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말은 이세좌를 옹호한 죄가 된다는 협박 비슷한 소리였다. 이세좌는 언젠가 양로연(養老宴)에서 어사주를 실수로 엎질렀는데 왕이 신하들의 기를 꺾고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이세좌가 왕을 업신여겼다 하여 억지로 함경도 온성(穩城)으로 귀양보냈다가 최근 풀어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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