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생존력 키우는 이치
정치권에 주는 의미 엄중하다 … 진정성·시대적 리더십이 관건

미꾸라지를 튼튼하게 키우는 방법은 뭘까. 해답은 간단하다. 메기를 미꾸라지가 살고 있는 논에 풀어 놓으면 그만이다. 미꾸라지가 메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이리저리 도망쳐 다녀야 하고, 그러자면 더 많이 먹어야 한다. 메기라는 천적이 미꾸라지에게 살을 찌우게 하고 생존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른바 '메기효과'다. 초등학교 논술 주제로부터 경영론, 행정개혁론, 정치개혁론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상징어로 자주 등장한다.

원래 메기효과는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만들어낸 예화다. 그 이치가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론'으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지는 화두가 됐다. 2년마다 세계 일류제품 경쟁력 비교 전시회를 열면서 삼성의 5년 후, 10년 후를 대비한다. 치열한 경쟁의식과 변화무쌍한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그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는 '안철수 쇼크'도 따지고 보면 '메기 효과'로 설명할 수 있겠다. 기성 정치 환경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기에 그러하다. 안 원장의 서울대 강연록에 이런 대목이 있다. "제가 정치를 안 하겠다는 선언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동안 긴장했던 정치하시는 분들이 긴장 풀고 옛날로 돌아갈 거잖아요.… (정치권을) 끊임없이 자극해서 쇄신의 노력을 다하게 만들자, 그거죠."

안 원장이 정치권에 부상한 건 지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 패배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날 무렵부터다. 그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그의 무소속 출마설이 불거졌다. 그가 정식으로 서울시장이나 대통령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지금까지 정치권은 물론 온 국민의 관심을 모았다는 건 아이러니다.

지지율 50%를 넘나들었던 그가 지지율 5~10%에 머물던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손을 들어주어 서울시장으로 당선시키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극심하다는 반증이다. 그는 젊은이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 CEO로 뽑혔다. 그의 청춘콘서트에는 수 천명의 대학생들이 몰렸다. 젊은이와 소통 공감할 수 있는 멘토로 불리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적으로 해석되기에 이르렀다.

요즘 또 다시 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엊그제 출간한 '안철수 생각'이 불티나듯 팔린다. 연예 방송출연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안 원장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월했다는 양자대결 여론 조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정치권이 출렁거리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자 친박계 인사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잖아도 정당 불신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구시대적인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맞설 경우 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민주통합당 역시 박근혜-안원장 지지세에 막혀 사면초가에 휩싸인 형국이다. 민주통합당 대선경선 국면의 흥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안 원장이 뜨는 국면에선 야당 경선 후보들의 존재감이 제대로 부각될 리가 있나.

그렇다고 안 원장도 검증의 바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그간 민심이 보여준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신기루로 그칠 공산을 배제하기 힘들다. 우리 정치가 워낙 역동적이어서 어떤 돌발변수가 개입할지 모른다.

2013년 취임하게될 대통령이 가는 길은 역대 여느 때와는 사뭇 달라야 한다. 민심의 실체 또한 마찬가지다. '잘살게만 해주면 도덕성 따위는 크게 따지지 않겠다'던 지난날 민심의 잣대가 얼마나 부질없던 만용이었던가. 결국 어떤 리더십으로 어떻게 시대정신을 담아낼 것인가라는 진정성이 관건이다. 어떤 대선 주자들이 그걸 자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지 자질과 도덕성까지 꼼꼼히 따져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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