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는 시대를 관통한다. 된장녀는 이른바 알파걸이 남성성을 압도한 시대를 반영했다. 표면적으로는 소비 지향적인 허영에 가득 찬 여성을 조롱하는 단어였지만 일견 여성의 경제적 능력에 추월당하기 시작한 남자들의 반론이며 저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바야흐로 멘붕의 시대다.

멘탈(Mental) 붕괴의 줄임인 이 단어는 사회 전반에 도사리고 있는 정신적인 충격과 상실의 만연을 방증한다.

특히 최근 기초의회는 대다수 시민에게 멘붕을 선사했다. 기실 대다수 주민이 기초의회의 기행(奇行)에 면역력이 생겨 큰 정신적 충격은 없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멘붕을 줬다.

성실하게 주민과 소통하며 의정활동을 전개하는 의원에게 미안하지만 지방자치 20년을 넘긴 한국 기초의회는 아직 함량 미달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함량이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시기가 바로 ‘원구성’ 시기다.

이 시기가 되면 ‘주민의 대표’로 자칭하던 이들도 의원(議員) 이름을 내려놓고 욕망을 가진 한 범인(凡人)으로 변모한다.

부족한 깜냥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며 욕망을 보이며 감투에 집착한다.

당연히 범인들은 이 과정에서 주민의 지탄과 따가운 눈총에도 거리낌이 없다.

감투를 향한 처절한 욕망은 주민의 엄중한 지탄을 ‘그깟 지적’으로 넘길 수 있는 단단한 무지의 갑옷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의원이 잘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기초의회·의원에 대한 인식은 바닥이다. 더는 떨어질 곳이 없다.

주민과 최접점에서 소통하며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파행과 추태를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으레 기초의회는 원구성 파행과 공무국외연수, 의정비 인상만 뉴스를 장식한다. 이 수준이 주민이 기초의회를 보는 시야다. 더욱이 기초의회는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자치구의회 폐지를 밀어 붙이고 있다. 의원이 의정활동에 전력해 기초의회 위상을 쇄신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제 관을 짜고 있다.

계속되는 기초의회의 파행과 공전은 자치구의회 폐지에 버금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이며 주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는 것을 의원은 통감해야 한다. 오호통재라.

서희철 사회부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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