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활동··· '도약기' 예고

올해의 대전·충청권 문학계는 말 그대로 풍년이었다.

올해는 다른 어느 해보다 문학행사나 문학관련 축제가 많았고 개인 서적 발간은 물론 동인지, 문학잡지 등의 발간도 눈에 띄게 많은 해였다.

특히 소정 정 훈 선생의 치열한 시와 시조에 대한 애정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정훈문학상'과 1930년대에 유일한 종합문예지였던 '조선문학'을 발행한 정호승 선생의 시문학적 서정성을 계승하기 위한 '호승시문학상' 등의 제정은 지역 문학 발전의 눈부신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전·충청지역 시인 유동삼씨에 이어 이봉직 시인의 시(詩)가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전국적으로 수준 높은 지역 문학을 알리는 발판을 마련했으며, 시전문 잡지 '시와 정신'이나 문학 종합잡지인 '문학마당' 등의 창간도 올 한 해 문학계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 떠올랐다.

올해 문학행사로는 월드컵맞이 명사 초청 시낭송회, 제3회 한밭시낭송 전국대회 및 제15회 한밭시낭송축제, 대전문협 심포지엄 등의 행사와 각종 아마추어 시낭송 대회가 다채롭게 펼쳐져 기존 문인들은 물론 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했다.

문학 서적 발간으로는 제1회 정훈문학상의 원년 수상자인 임강빈씨의 '시가 쉽게 쓰여진 날은 불안하다', 교과서 시인 이봉직씨의 '웃는 기와', 이용호씨의 시조집 '겨울 대나무', 여류 작가 이미숙씨의 장편 소설 '질경이', 충청도의 소박한 정서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최종복씨의 수필집 '노루개재 너머'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함께 '대전문학', '공주여성문학', '여성문학', '동구문학' 등 동인지와 '문학사랑', '아동문학시대', '시와 정신', '문학마당' 등 다양한 잡지들이 발간되면서 21세기 대전·충청권 문학의 새로운 도약기를 예고했다.

또 올해는 앞으로 지역 문학예술 발전의 기폭제가 될 대전매일 ㈜충청투데이 주최 '정훈문학상'과 문학사랑 주최 '호승시문학상' 등이 새롭게 제정되고, 대전시인협회가 제정 시행하고 있는 한밭시조문학상을 비롯해 한성기 문학상, 문학사랑 대상, 대전문학상, 충청문학상, 호서문학상, 청동빛 문학상 등이 시행돼 지역 문학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많은 문인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 밖에 30여년간 보일러공으로 일하면서 묵묵히 시작활동을 펼쳐 홍사용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제2회 노작(홍사용)문학상에서 당당히 수상자로 선정된 이면우씨도 올 한 해 지역문학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올 한 해 이렇게 풍성한 문학활동이 전개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았다.

그동안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올 길을 찾지 못했던 대전·충청권 문학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갖가지 문제점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문인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먼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문단이나 문학기행 등 직접적인 활동을 펼치는 문인들의 숫자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문인들의 경우에는 연 4회 발행되는 각종 계간지나 문예지 등에 1년에 한 편의 작품도 투고하지 않는 문인들이 있고, 아예 1년 내내 작품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는 문인들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의 뜻있는 문인들에 의해 발간되는 다수의 문학지가 존재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 문학지나 작가의 경우 언론 등에 적극적인 홍보를 펼쳐 문학 활동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고 문인들의 자긍심을 키워 주는 반면 지역 문학지나 작가들은 홍보면에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축제로 끝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기존 작가들의 작품활동을 격려하는 문학상 등이 늘어나고 있지만 청소년이나 문학지망생들의 실력을 검증해 줄 만한 기반은 극히 제한돼 있어 앞으로 지역문학을 이끌어 갈 신인작가 발굴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한 한 해이기도 했다.

대전문인협회 리헌석 회장은 "올 한 해는 그 어떤 해보다 문학활동의 양적 팽창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한 해였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더 성숙해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역문학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작가의 경우 한 작품, 한 작품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프로근성을 가져야 하고, 지역 문학을 이끌어 가고 있는 많은 선배 문인들은 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해 실력 있는 작가로 양성시키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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