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거듭·직무유기 만연, 삼권분립 의해 독립권한
감사원·행안부 규제 못해, 공전 막을 제도적 장치 시급

원구성 과정에서 으레 불거지는 파행을 비롯해 기초의회 공전(空轉)을 근절키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정당의 엄중한 책임통감 및 선제적 대응과 더불어 시민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절실하다.

17일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 기관은 기초의회의 반복되는 파행과 직무유기를 문책하거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입법·사법·행정 등 이른바 ‘삼권분립 통치원칙’에 의한 것으로 선출직 공직자인 의원의 활동을 제한키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감사원은 지난달 외유성 논란을 빚은 유성구의회 공무국외연수와 관련해 제반과정의 부적절함과 위법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징계나 조치는 해당 의원을 제외한 의회사무국 관계자에게만 전가됐다. 정작 공무국외연수의 직접적 수혜자이며 당사자인 의원에게는 면죄부만 제공한 꼴이 됐다.

의회 내부의 자정기능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기초의회들이 앞다퉈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했다. 특위에서 징계나 문책을 결의하더라도 ‘공식석상에서의 사과’ 수준의 미온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

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위를 하더라도 특위의 징계를 겁내지 않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의회 파행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가릴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회 파행과 공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엄격한 관리·감독 체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선 정당들의 책임통감과 함께 해당 의원의 엄중조처 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초의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소재는 정당에 있다는 지적에 근거한다.

정당이 원구성 과정에서 의회 파행과 공전을 일으킨 의원에게 출당·제명 등 일벌백계 수준의 엄단을 내려 재차 이 같은 사안이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개선도 시급하다.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실제로 적용키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관련법에 의하면 지역구 자치구·시·군 의원의 소환조건은 해당 선거구 안의 주민소환투표청구권자의 20% 이상의 서명이다. 기실 주민소환 남발을 방지키 위한 조건이지만 주민소환법을 ‘문서 안의 법’을 전락시킨 이유이기도 하다.

금홍섭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각 정당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막중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며 “유권자 또한 관심을 두고 표를 통해 의원들을 심판하는 풍토를 조성키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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