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에게 뽀뽀하기. 조정희 지음 / 북갤러리 펴냄

책은 봄날 저녁 어느 공원 광장,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인 여섯 캐릭터들을 통해 돌이켜본 여섯 가지 인생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성별도, 살아온 모습도, 나이대도 각기 다른, 각양각색의 이 여섯 캐릭터는 ‘광장’이라는 일상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 소년 소녀의 ‘뽀뽀’란 찰나의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각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닥트리는 계기를 갖게 된다.

3수, 4수를 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교육현실, 출세를 위해서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향해 달려가다가 정작 소중한 가정에 소홀해지는 현실, 첩과 본처라는 고질적이고도 오래 축적된 가정문제에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간관계의 단절까지.

이 소설에는 개인의 상처를 통해 오랫동안 사회가 앓아온 아픈 현실이 담겨 있다. 게다가 사람만이 아니다. 최근 생긴 여자 친구에게 뽀뽀하고 싶다는 소년과 똑같은 욕망을 가진 비둘기, 절 마당을 지키는 개 ‘불심이’, 이 모두를 지켜보며 이야기를 전하는 바람까지.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과 자연까지 아울러 사랑하고 소통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은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태연하게 가면을 쓰고 살아온 사람에게도 세상의 모든 상처를 다 끌어안은 듯 피해의식에 젖은 사람에게도 잠시 자신의 내면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대구에서 태어나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저자 조정희는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부문에 단별소설 ‘비’, ‘적자생존’ 등을 탁월한 구성과 섬세한 문장, 예지력을 가진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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