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여유 가지고 10년째 제주여행, 제주 속살 포착한 일러스트
책 곳곳 상상력 덧입고 마음의 피로도 치유

▲ ‘다랑쉬오름에서 보름달 구경하기’. 제주 버킷 리스트 67 중 34번째 / 그림 정가애

10년 째 제주를 여행중인 저자 이담이 제안하는 치유 여행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빡빡한 현실에 지쳐 있으면서도 무언가를 항상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산다. 여행에서조차 현실의 긴장감을 내려놓지 못하고 쫓기듯 다닌다. 자기 자신만의 느낌과 감정이 소중함에도 사람들은 남들의 욕망이 자기의 욕망인양 따라하기에 바쁘다.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여행을 통해 자신을 온전히 느끼고 마주하며 삶의 휴식을 찾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안내자의 역할만 할 뿐 여행의 여백을 채우는 것은 여행자 자신이다. 이런 점이 기존의 제주 관련 여행책과 다른 점이다. 이 책은 제주의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치유력에 이끌려 생활자로서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비밀 레시피를 통해 여행자 자신의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보석 같은 순간을 선물해 준다.

저자는 월정리 해변을 맨발로 걸어보고, 몽돌 파도 소리를 들어보고, 오름에서 은빛 억새밭을 감상해 보고, 호젓한 섬에서 한적하게 하룻밤을 지내보고, 1100고지에서 깜깜한 밤하늘의 별을 세어보고, 여유롭게 영혼의 소리를 들으며 올레길을 걸어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제주를 느린 호흡과 느린 발걸음으로 느끼다 보면 삶의 시선이 달라지고 느긋해지면서 지친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해서 어떻게 살고 무엇을 할지에 대한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적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방점도 제주 여행을 통해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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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버킷 리스트 67. 이담 지음 / 대숲바람 펴냄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일러스트 여행북

제주의 속살을 뛰어난 감수성으로 잘 포착해낸 그림들은 과감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위트가 넘친다. 제주의 자연과 생활을 그려낸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저절로 미소가 번지면서 마음의 피로가 확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굳이 제주를 여행할 시간적인 여력이 없는 사람도 이 책이면 제주를 색다르게 여행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잠들어 있는 상상력을 깨우고, 무뎌 있는 감수성을 깨우고,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는 일러스트 여행북이 되기도 한다. 충분히 비워둔 여백에다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들려주는 진솔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적어보자. 이 책에서 제안하는 버킷 리스트를 실제로 해보면서 느끼는 감정을 적어도 좋고, 그때그때 일어나는 섬세한 마음의 울림을 적어도 좋다. 차곡차곡 쌓인 기록들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서울에서 컴퓨터잡지 기자생활을 한 저자 이담은 2000년 벤처 열풍을 타고 인터넷 관련 회사를 차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 열풍이 식으면서 회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전재산인 DSLR 카메라와 노트북만 들고 무작정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어떤 계획도 없이 제주에서 잠시 쉬다가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제주의 자연이 주는 평화로움과 치유력에 이끌려 아직도 제주를 떠나지 못하고 10년 째 여행중이다.

들꽃 같은 그림을 그리면서 사는 것이 꿈인 작가 정가애는 홍익대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8년 해피바스&환경재단 에코보틀 일러스트공모전에서 대상을 2010년 CJ그림책축제 일러스트레이션 부문 50인에 선정되는 등 국내 다양한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수상 경력이 있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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