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철 충북본사 정치부국장

2009년 8월 여름날.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로 충북 청원군 오송과 대구 신서지구를 복수 지정한다. 2년을 넘게 끌어왔던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지정까지는 10개가 이상의 자치단체가 경쟁을 벌이면서 국론분열 우려까지 낳았다. 첨복단지 입지 경쟁 초기까지 충북은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5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국가프로젝트임에도 불구 충북도는 오히려 생명본부를 축소해 바이오산업과 하나만 남겼다. 지역에서도 관심밖에 있었던 첨단의료복합단지는 2008년 후반기 들어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오송의 우수한 입지조건과 관심 밖에서도 묵묵히 유치에 전념한 일부 소신파들이 일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2009년 상반기 충북도 현안 10대 과제 중 상위에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가 올랐다. 전도민의 역량이 결집됐고 막판 입지 지정까지 피를 말리는 유치전이 펼쳐졌다.

오송 배제론까지 나올 정도로 정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하면서 전국이 들썩였다. 뒤늦게 뛰어든 대구 때문에 유치전이 과열됐고, 결국 오송과 복수 지정으로 마무리됐다. 복수 지정이라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거센 정치논리를 극복하고 백 년 먹을거리를 후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는 오송바이오밸리 구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선 4기가 구상한 계획을 민선 5기 도지사가 바뀌면서 매스가 가해질 위기가 왔다. 논란 끝에 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충북의 핵심전략산업의 한 축을 이루게 됐다. 그 후 관련 재단이 출범하고 2013년 완공을 목표로 4대 핵심시설이 착공됐다.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식약청 등 6대 보건의료기관도 이전했다. 관련 기업 50여 개도 가동하거나 건축 설계 중이다. 각종 연구시설 등도 들어서고 있다. 오송은 그렇게 국내는 물론 아시아 등 세계의 관심지역으로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다만 충북의 미래가 달린 먹을거리, 백년대계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식고 있고 관련 시설 유치가 지지부진한 것이 아쉽다.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빨대효과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속에 충북도는 오송 보건의료기관 공무원의 세종시 아파트 특별분양에 동의했다. 이들의 무더기 세종시 이전이 불 보듯 뻔한 데도 무슨 이유인지 지난 해 반대 입장에서 돌아선 것이다.

앞으로 오송에는 보건의료 관련 기관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 기관 소속 공무원의 오송 정착은 요원하다.

임상시험센터 역할을 할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에 실패했다. 2007년 6대 국책기관과 함께 오송 이전이 확정된 국립노화연구원, 줄기세포재생연구센터 입지도 불투명하다. 국가시설 외에도 대형병원, 대학 등 교육시설 유치 등 할 일이 아직도 태산 같다.

그런데 지역정치권 등은 이를 외면하면서 관망하다 잘 되면 생색부터 내려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분원 유치만 해도 그렇다. 대구와 유치 경쟁이 되면서 백지화 위기를 맞게 되자 충북이 발칵 뒤집혔다. 4·11총선 과정에서 선거 이슈화가 시도됐다. 충북도의회까지 나서 국립암센터 분원 재추진을 요구했다. 그러다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명분으로 발을 뺐다.

선거과정에서 공약이 된 국립암센터 분원에 대해 선거 후 충북도의회 등 정치권에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늘 그렇듯이 정치권은 능동적으로 현안에 나서기 보다 수동적이었고 관망자적 자세였다. 그러다 유리하게 돌아가면 수저들고 나눠 먹자고 덤비는 모양새였다. 인기가 없어 지역의 최대 현안이 걸려있는 국회 복지위원회에 18대 지역국회의원이 한 명도 희망하지 않았던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후대에서 물려줄 백 년 먹을거리 창출이라는 국가 프로젝트에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부끄럽지 않은 선대가 되기 위해서라도 세계적 바이오 메카 오송을 함께 꿈꾸고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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