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만 쳐다보는 심정 알고 있나
4대강 논란 좌충우돌 민망하다
실질적인 치수와 대책만이 상책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전국이 바짝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104년만의 가뭄이다. 저수지와 논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졌다. 여기저기 지하수맥을 찾아 관정을 파보았지만 그 결과는 시원치 않다. 그야말로 민심도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농민들이 망가진 농사에 울화병이라도 날 터이지만 그래도 하늘만 쳐다보면서 한줄기 비가 내리기를 간절하게 빌고 또 빈다.

충남도내 저수지 931개 중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가 115곳에 이른다. 절반 정도는 아예 저수지로서 기능을 상실해버렸다. 서산, 태안, 홍성 등 충남 서북부 지역의 가뭄피해가 극심하다. 지난 5월 이후 강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선에 머물고 있는 서산지역에서는 5개 마을 200여 가구가 마실 물조차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4대강 사업의 당초 기대효과 검증 차원에서 치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4대강 사업이 가뭄과 홍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는 원초적인 물음이다.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뭄 현장 주민들로서는 절박한 질문이기도 하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투입, 이제 완공단계에 있지만 이번 가뭄에서 지천이나 해안 등지는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때마침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1일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 성과를 그렇게 평가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대통령은 강변을 따라 국토를 종주하는 1800㎞의 자전거길이 새로 열려 국민소통과 녹색생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자랑했다.

현재 브라질은 40년만의 가뭄으로 북동부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돼 있는 터라 이 대통령의 발언은 현지에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브라질 국민 200만 명이 가뭄으로 물 부족에다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처지다. 한국 대통령이 언급한 가뭄극복 사례에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예로부터 치산치수를 잘하는 임금이 성군(聖君)이라는 인식에서 보더라도 그러하다.

정부의 안이한 상황인식이 실시간 인터넷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가뭄이 때 아닌 폭염 때문에 정서적으로 발생한 느낌이지 실제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 착시현상'이라는 당국자의 발언이 나온 직후다. 4대강 이외 지역의 가뭄피해에 대해 상대적으로 무감각하고 무책임한 측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4대강 주변에서 용수부족 현상이 없었던 건 4대강 사업 덕분이라고 애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주변은 애초부터 가뭄피해를 많이 받는 지역이 아니었다.

4대강은 물그릇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4대강에 13억㎥의 물을 가두어 놓은 것만으로 가뭄이 극복될 리가 없다. 이를 가뭄지역에 보내서 실질적으로 해갈하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터인데 이곳 저곳에서 공치사만 나오니 한심한 것이다. 이번 가뭄 취약지역에서도 드러났듯이 소규모 댐이나 저수지 정비, 관정개발 등 수자원 개발이 시급하다. 일시적인 대책으로는 어림도 없다. 천수답 해소를 위한 중장기적인 시설투자가 뒤따라야 할 일이다. 기상이변에 대비한 과학화 또한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이번 주에나 다음 주엔 장맛비가 쏟아질 것이다. 또 다시 지천에서는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다. 지천·지류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치수' 운운하는 건 오만의 소치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접근 방식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가 없다. 이젠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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