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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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들은 시인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시는 죽지 않는다. 추방하고 감옥에 집어넣고 총알을 난사해도 여전히 살아남아 해맑은 얼굴로 웃음 짓는, 그것이 시다."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사진> 회고록의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그러했다. 1960~80년대 김지하, 고은, 박정만, 천상병 시인 등이 그런 고초를 겪었고 이들 시인들이 읊는 시구는 더 큰 울림으로 설득력과 공감을 넓혀갔다. 근래 우리 현대시가 일상의 틀, 좁은 내면 구도 속에 극히 개인적인 감수성을 표출하거나 삶의 자잘한 편린의 확대재생산에 몰입하는 듯한 경향은 그렇지 않아도 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중으로부터 더욱 멀어지지나 않을까.

날로 첨예해지는 사회 양극화 현상, 환경오염, 고령화 사회, 경기침체와 취업난 그리고 난마와 같이 얽힌 교육문제, 다문화와 사이버 시대의 빛과 그림자 같이 우리 앞에 산적한 과제를 개성있게 노래하며 삶의 위의를 일깨우는 시인들을 보고 싶다. 따뜻하게 위로하며 힘을 주는 시를 읽고 싶은 것이다.

네루다의 다음 시구는 그런 의미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건너와 지금 우리에게 경각심과 성찰을 준다.

그는 천천히 죽어간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음악을 듣지 않는 사람, 무엇인가를 찾으려 않는 사람, 자존심을 파괴하는 사람, 남을 도우려 않는 사람, 매일 같은 길을 반복하며 습관의 노예가 되는 사람, 결코 지향점을 옮기지 않는 사람, 옷 색깔을 바꾸는 모험을 않는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는 사람, 열정을 회피하는 사람, 눈에 빛을 주고 상처받은 가슴을 보듬는 감동의 소용돌이를 피하는 사람, 일과 사랑에서 불행하다 여겨질 때 뱃머리를 돌리지 않는 사람,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모험을 감행하지 않는 사람 (......) 지금을 살아가시오! 모험을 감행하시오! 즉시 행동하시오! 천천히 죽어가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오! 행복해지기를 스스로 포기하지 마시오!

<논설위원·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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