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충북 보은군에 조성하려던 '중부권 국립호국원' 조성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그제 기자회견에서 "군이 추진하는 공원묘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비롯해 6개 사항을 보훈처에 건의했으나 답변이 없어 결국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2년여 간 다른 지자체와 경쟁해서 어렵게 유치를 해놓고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보은군의 호국원 유치 철회는 여러 정황을 두루 따져보더라도 영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말 만장이 되는 대전국립현충원의 현실을 고려해 중부권에 호국영령들을 안장할 부지를 공모했다. 보은군과 괴산군이 후보지 신청을 했고 이후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였다. 특히 보은군은 호국원을 유치할 경우 연간 수십만 명의 유동인구가 발생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중앙부처 설득, 주민서명 전개 등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보훈처는 두 지자체 평가용역을 거쳐 결국 보은군의 손을 들어줬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년부터 보은군 장안면 구인리 일대에 8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공사할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삐걱댔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종중의 묘지 이전 불가를 외쳤고 호국원으로 인한 지역 이미지 훼손, 사전협의 없이 진행된 군의 일방적 행정이라는 점을 들어 연일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호국교육원내 농산물 판매장 설치, 편입지주 운영권 무상제공, 폐농보상 2년, 공사 때 편입지주 우선 채용 등을 요구하며 반발했다.

보훈처는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충청권 지자체에 호국원 건립에 관한 공문을 통해 분명히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보은군이 이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또한 애초 호국원 부지인 구인리 일대는 90%이상이 종중땅 등 사유지로서 매수가 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추진했다. 하물며 유치가 결정되었으면 어떻게 하든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에 대처하지 못한 것도 지자체의 탁상행정, 무책임이 아닐 수 없다.

함께 유치경쟁을 벌였던 괴산군이 다시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물론 토지가격이 저렴하고 특별한 민원도 없기 때문에 호국원 유치를 재추진할 수도 있다. 이 얼마나 막대한 행정력 낭비인가. 충청권에 생존해있는 6·25참전유공자는 6만 명에 달한다. 이들 유공자들의 사후 안식처가 바로 호국원이다. 호국원을 혐오시설로 잘못 인식하는 것도 문제고, 일단 유치해놓고 제 발로 차버리는 것도 문제다. 유공자들이 가슴에 안을 상실감은 무엇으로 치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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