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구 충남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장

정부는 5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올해 추곡수매가를 작년보다 4% 인하하는 추곡수매안을 재상정해 의결시켰다. 올해 쌀관세화 유예 협상을 계기로 국제 가격과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국내 쌀 가격을 낮춰, 값싼 외국쌀 도입이 늘어나더라도 국내 쌀산업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정부의 쌀 수매가 인하 결정의 이유였다.

농림부는 수매가 인하에 따른 농가소득 보전 대책을 마련, 추곡수매가 인하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또한 농림부는 농업·농촌종합대책 및 쌀산업발전대책(안)을 통해,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로 전환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논농업 직불제 등 각종 직불제를 개편해 쌀 협상 및 DDA 농업협상과 연계, 직불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추곡수매가 인하 및 추곡수매제 폐지 방침은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농민들은 누누이 지적해 왔다.

인접한 일본·대만보다 쌀 수급 여건이나 소득지지정책이 훨씬 열악한 우리나라의 양정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점이 크다. 50년이 넘는 정부의 양곡 수급 통제 정책 속에서 민간 양곡 유통시장은 계절진폭 실종 등으로 인해 극히 위축돼 있다. 이러한 시장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는 추곡수매가 4% 인하를 통해 쌀 수급 및 가격 설정기능을 무리하게 시장에만 내맡기려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쌀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수확기에 민간시장으로의 쌀 홍수출하를 방지해 수급 및 가격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3000평당 50만원 수준밖에 지급하지 못하는 논농업 직불제 등 취약한 정부의 소득지지정책으로는 정부가 준비 중인 '쌀산업 종합대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책임한 추곡수매가 인하 및 추곡수매제 폐지만을 강행하려 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속적인 쌀재배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2003년 현재 농업소득 중 쌀 소득의 비중은 50%를 넘어서고 있다. 농가소득을 구성하는 핵심작목으로서의 쌀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논농업 직불제 등 각종 직불제의 획기적 개선을 재원 부족이나 WTO 규정 등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농업·농촌종합대책'에 향후 7년간 직불제 예산을 늘려 나겠다고 했지만 농민들의 피부에는 와 닿지 못하는 미흡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가 소득지지정책 개선이 미흡한 속에서 정부는 추곡수매가 인하 및 추곡수매제 폐지만을 강행하여 농민생존권 보호와 주곡자급 기조 유지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도 정부와 국회가 결정하는 추곡수매가와 수매물량은 수확기 산지 쌀값 결정을 위한 참조가격으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각 지역농협 및 민간업체들은 정부의 추곡수매가 결정에 맞춰 원료곡을 수매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가 국무회의에서 추곡수매가 4% 인하안 제출 자체가 산지 참조가격으로서의 추곡수매가가 지니는 기능을 정부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라도 정부는 '추곡수매가 4% 인하' 방침을 철회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앙정부 및 여야 각 정당들은 쌀값 하락 및 생산비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논농업 직불제 등 WTO 허용 대상 소득지지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기존의 추곡수매제는 DDA 농업협상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DDA 농업협상의 세부원칙이나 협상틀마저도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농가소득의 하락과 민간 쌀 유통시장에 적잖은 부담만 주는 추곡수매제를 섣불리 폐지할 이유는 없다.

아울러 논농업 직불제 등 각종 소득지지정책을 강화하고 농협 등 민간유통 활성화를 위한 안전판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추곡수매제와는 상관없이 수확기 홍수출하를 막고 민간 유통 기능의 강화를 위해 공공비축 목표를 1000만석으로 늘려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