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동북공정 10년 째 사실왜곡 가관
만리장성 길이 마구 늘리기 혈안
치밀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중화(中華)사상의 뿌리는 꽤나 깊다. 중국 한족漢族)이 갖고 있는 우월주의, 선민(選民) 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은 자기 문화 이외의 것은 오랑캐의 것이라 하여 천대하기 일쑤였다. 한족 이외의 사람들은 방향에 따라 남만(南蠻)·북적(北狄)·동이(東夷)·서융(西戎)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들로부터는 조공을 받고 지배-종속관계를 유지하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의 개념을 만들어 냈다.

요즘 중국이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 영토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기 위해 '동북공정'이라는 해괴한 방식을 노골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만주지역의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의 우리 역사까지 자신의 역사로 둔갑시키는 야욕을 서슴지 않는다. 역사 침탈전을 벌이고 모습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중국 정부기관인 국가문물국이 새로 내놓은 만리장성의 길이가 가관이다. 종래 중국 학계의 정설이었던 6300여 ㎞보다 무려 3배나 늘어난 2만1196㎞라고 발표한 것이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북방민족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해 쌓았던 산성으로 기록돼 있다.

그간 정설로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은 허베이성 산하이관, 서쪽 끝에는 간쑤성 자위관이 들어 서 있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09년에는 동쪽 끝 지점을 압록강 하구 호산산성(고구려 박작성)으로 중국 측은 수정하고 만리장성 총길이도 8851㎞로 늘렸다. 엊그제는 또 다시 호산산성을 넘어 헤이룽장(黑龍江)성까지 그 길이를 늘려 잡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그 길이가 고무줄처럼 마구 늘어나는 내막은 정작 따로 있다.

만리장성을 늘려 잡을 경우 그 아래 쪽 지역을 자기 역사로 모두 편입시킬 수 있다는 저의를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역사상 여러 민족의 역사 유적을 중국의 역사로 통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 동북 3성이 고조선 시기에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이었고 부여, 고구려, 발해 영토였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역사 원류를 통째로 훔쳐가는 행태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중국은 2004년에도 우리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자기 땅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펼친 바 있다. 이른바 '창바이(長白) 공정'이다. 막무가내식 역사 왜곡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중국은 2002년부터 동북공정을 펼쳐왔다. 이를 둘러싼 한중간 갈등이 10년째다. 우리 정부의 반발이 잇따르자 2007년엔 동북공정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국은 물밑에서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아리랑'을 포함 풍습까지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포함시켰다. 우리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했던 '정선아리랑'에다 다른 아리랑까지 포함해서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신청하기로 하자 중국 측이 공동신청 의사까지 제시한 것으로 보도돼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중국 측의 역사인식이 참으로 걱정이다. 중국이 당초 동북공정을 추진할 때의 기본적인 시각에 비춰볼 때 개선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역사도 모두 중국 것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크게 보면 단순한 역사왜곡 차원을 넘어서는 것 같다. 영토전략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향후 남북통일 이후의 큰 그림까지 미리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우리 정부의 전략적인 대응책이 절실해졌다. 기왕에 이에 대응해서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가동 중인만큼 민간차원의 정책적-학문적 공조방안도 강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단호하고도 일관적인 자세가 요청된다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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