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련업무 지방이양 추진 학계 반발
“발굴작업 막대한 예산 소요 지자체 무리”

정부가 추진 중인 매장문화재 업무의 지방 이양에 대해 문화재계와 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매장문화재가 개발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현실에서 이를 문화재청이 아닌 지방이 맡게 되면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이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매장문화재 보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7일 지역 문화재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는 최근 매장문화재의 보호와 관리에 대한 문화재청의 국가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을 결정하고 관련 법 개정안을 오는 13일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매장문화재의 발굴허가권을 비롯해 조사기관 등록 업무, 발견신고 처리 업무 등 매장문화재 관리 전반을 지자체가 담당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지역 학계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매장 문화재 발굴을 지자체가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을 우선시해야 하는 지자체가 매장문화재 발굴·관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강승 충남대 교수는 “개발과 보존을 한 지자체에서 담당한다면 당연히 개발 논리를 앞세우게 될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조정된 시스템이 아닌 이상 지방으로 내려오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매장문화재 업무를 이양받을 지자체에서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시 관계자는 “문화재 보존·관리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데 과연 지방에서 업무를 이관받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며 “전문성과 지방성의 한계, 시도 별 문화재의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를 지방으로 이양할 필요성이 있는 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와 한국고고학회 등 학계와 문화재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개발권과 매장문화재의 보존에 대한 상반된 이해 관계로 결국 충돌하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업무를 담당할 조직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자체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업무를 이양해도 지방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없고, 오히려 현 제도의 공백이 생겨 예기치 못한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