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철 대전복지재단 대표

5월이 가정의 달이라면, 6월은 보훈의 달이다. 5월에는 즐거움으로 웃음 짓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면, 현충일이 있는 6월에는 그리움과 슬픔의 눈물을 삼키는 이들을 마주 한다. 5월의 상징색이 초록이라면, 6월의 상징색은 검정이다. 6월에 들어서면 지난 5월의 신명으로 부풀려진 마음을 조금은 경건하고 조신하게 다잡아야 한다.

보훈의 달에 우리는 대의를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희생한 많은 이들을 기억한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의 인생도, 우리의 역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들은 하나밖에 없는 몸과 목숨을 바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았기에 이들의 뜻은 더욱 값진 것이다.

보훈에 못지않게 희생과 헌신을 중시하는 것이 복지이다. 물론 복지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가 국민의 모든 복지욕구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오죽하면 가난은 나라님도 못 막는다는 말이 생겼을까.

사회가 복잡해지고 새로운 복지수요가 끊임없이 생기는 오늘날에는 공공복지 못지않게 민간영역이 상당부분 복지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더구나 건국 초기에는 국가 재정력이 복지를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빈약했던 시절인 터라 외국 원조단체나 민간으로부터 제공되는 복지공급이 대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고, 1950년대 이후에야 구호차원의 공공사회복지가 시작됐다.

필자는 복지시설을 방문하고, 현장에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필자가 만난 분의 대부분은 재산이 많고 적고를 떠나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버리고 어려운 길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 또 어떤 분은 전쟁 고아로 보육시설에서 자라 보답차원에서 그 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분도 만날 수 있었다. 대전에도 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시설들이 있고, 많은 분들이 지금도 묵묵히 헌신과 희생을 실천하고 있다.

어느 한 분도 자신에게 되돌아 올 대가를 염두에 두고 복지사업을 시작한 분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이 있고, 자신은 그들보다 조금은 형편이 낫다는 생각에 이런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필자의 눈엔 이 분들이 성직자처럼 보인다. 이 분들 역시 보훈대상자와 마찬가지로 이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과 희생을 바쳐온 분들이라 감히 생각한다.

우리가 보훈의 달이라는 기간을 정하고 여러 가지 행사를 갖는 것은 그 분들의 뜻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기리면서 그 숭고한 의미를 본받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전의 민간 복지를 담당하는 많은 분들도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큰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록 작은 동네의 복지만두레에 참여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는 분들 역시 마찬가지리라.

대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대덕연구단지에 근무한 분들이 은퇴 후에도 대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정부대전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이곳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반면 대전은 유난히 타 도시에 비해 응집력이 약하고 주변사람에게 인색하다는 평을 받곤 한다. 다른 지방도시와 달리 역사가 짧다보니 이른바 토박이가 많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 그렇다는 해석이 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이다.

현대사회의 강점은 다양성이다. 그런 면에서 대전만큼 좋은 여건을 갖춘 도시는 없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변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대전이 단순히 물가가 싸고, 교통이 편리해서만 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따뜻한 복지도시 대전'이기 때문에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보훈의 달을 맞아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따뜻한 복지도시 대전'을 만드는 행복한 꿈을 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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