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 ?
?
? ?
?

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9)

왕이 어리둥절한 채 서 있는데 박씨가 원망스런 듯이 말하였다.

"상감! 나를 몰라 보시오? 어찌 생모를 몰라보시오?"

"어머니!"

왕은 달려들어 거적을 벗겨 던지고 박씨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박씨의 얼굴은 금시에 아름다운 본래의 미모로 변하고 몸은 나체가 되어 있지 않은가.

"전하! 큰어머니한테 이런 무례한 짓이 어디 있습니까? 인면수심이지, 세상에 이런 패악(悖惡)한 짓이 어디 있습니까?"

박씨가 앙탈을 하며 악을 썼다.

"거짓말! 거짓말 마시오! 어머니가 왜, 왜 큰어머니라고 거짓말을 하시오?"

왕은 어머니가 왜 큰어머니라고 우기는지 화가 나서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왕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니 그것은 큰어머니 박씨가 아니고 사랑하는 후궁 녹수가 아닌가. 언제부터인가 그들 두 남녀는 땀에 후즐근히 젖은 알몸으로 한데 엉켜 뒹굴고 있었다.

"어머니, 나 젖 좀 먹읍시다. 히히."

왕은 생시에 침전 안에서 녹수와 더불어 치기(稚氣) 어린 모자(母子) 놀음을 즐기던 버릇대로 꿈속에서도 그런 장난을 즐기고 있었다.

깨고 보니 일장춘몽이었다.

허망하고 서운한 여운 속에서 왕은 옆자리를 더듬어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자리옷차림으로 훈훈한 비단 이불 속에서 누워 있는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왜 꿈속에서 어머니라는 여인이 큰어머니로 보이고 큰어머니가 다시 녹수로 변하였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머니라는 여인이 해골같이 마른 몰골로 거적을 덮고 누워 있는 장면이 되살아나자 왕은 갑자기 어머니를 부르며 발작적으로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어헝 엉 엉 으흐흑…."

아닌 밤중에 임금의 침전에서 통곡소리가 흘러나오자 잠들었던 상궁과 나인들이 놀라 깨어 웅성거리며 모여들었다.

그러나 왕은 가끔 오밤중에 어머니를 부르며 통곡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또 발작이구나 하고 쉬쉬하였다.

왕은 혼자 엉엉 소리내어 울다가 문밖에 인기척이 있는 것을 느끼고 울음을 그쳤다.

그럴 때 보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상대는 녹수뿐이었다.

"밖에 누구 있느냐?"

"예, 지밀나인이옵니다."

"들어와서 불을 밝히고 장숙원을 들라 해라."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