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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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10)

지밀나인이 등불을 들고 와서 촛대에 꽂혀 있는 홍초에 불을 옮겨 붙이고 물러갈 때까지 왕은 흐르는 눈물도 닦지 않은 채 넋 나간 사람처럼 멀거니 천장만 올려다보고 누워 있었다.

얼마 후 녹수가 허둥지둥 달려왔을 때도 왕은 환상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그렇게 멍청히 누워 있었다.

"어머나, 전하! 갑자기 옥체 미령(靡寧)하신 것 아니옵니까?"

"녹수야, 꿈에 내 어머니를 뵈었다."

왕은 녹수의 호들갑에 정신이 돌아온 듯 몸을 일으키려 하였다.

녹수가 얼른 부축해 일으키며 소매 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왕의 볼에 흐르다 마른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다.

"그래서 또 어린애처럼 우셨나이까."

"지금이 어느 때나 되었는고?"

"삼경이 가까운 밤중이옵니다. 이제나 부르실까 저제나 부르실까 하고 기다리다 지쳐 옷을 입은 채 쓰러져 깜박 잠이 들었는데 야반에 신첩을 부르신다는 전갈을 받고 허둥지둥 달려왔사옵니다."

"내가 어머니 꿈을 꾸다 깨어 나도 모르게 한바탕 소리내어 운 모양이다."

"윤비마마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시면서 꿈에 윤비마마를 보셨다는 말씀이옵니까?" 신첩이 오늘밤에도 황공하옵게도 전하의 어머니가 되어드려야겠습니다. 호호호."

녹수는 치마 저고리를 벗고 내의바람으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왕은 재잘거리며 자기 가슴으로 파고드는 녹수의 몸을 두 팔을 크게 벌려 덥석 끌어안았다.

엷은 한 겹 내의 속에 감추어진 미끈하고 뜨거운 여체와 지분향 내음이 꿈 속의 미진(未盡)한 쾌락이 아쉽던 왕의 관능에 불을 댕겼다.

왕은 성급하게 녹수의 속적삼을 벗기고 속옷도 끌어내렸다. 옹주를 하나 낳고 풍염해진 녹수의 육체는 전보다 숨막히게 왕의 관능을 뇌쇄(惱殺)하였다.

"아이 참, 어머니 꿈을 어떻게 꾸셨는데 이러실까!"

녹수는 왕이 그의 어머니를 상상하면 갑자기 소리내어 우는 버릇이 있고 성욕이 폭발하여 분별없이 환락에 빠진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간파(看破)하고 있었다. 그것은 녹수에겐 풀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었지만 몽상 속에서 어머니를 증(蒸)하는 광증(狂症)을 모자(母子) 놀음으로 만족시켜 주고 해소시켜 주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한 지 오래였다.

"아가야, 젖 먹자."

녹수는 감질난 어린애처럼 제 젖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허덕이는 왕의 입에 젖꼭지를 물려주고 왕은 천연스럽게 흠빨고 감빨며 광희(狂喜)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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