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충청남부지역본부장

기념일이 아무리 많다 해도 우리나라의 5월 만큼 행사가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5일은 입하이며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가정의 날, 18일은 민주화 운동 기념일 등 간단히 메모해도 열 개가 족히 넘는 날들이 있다. 이중에도 우리가 잊으면 절대 안 되는 몇 일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어린이날은 어느새 아이들도 기다리는 날로 무언가를 사주든지, 맛있는 걸 먹든지, 어딘가에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가 주든지 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기억하고 요구한다. 이러한 습관은 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길들인 탓일 것이다.

어린이날은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치어다 보라"라는 의미를 담아 기념하게 됐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은 뭐든 요구하는 날이 돼버렸다.

우리가 또 잊으면 안 되는 날 중 어버이날이 있다. 어버이날의 유래는 영국과 그리스에서 사순절 첫날부터 넷째 주 일요일까지 교회를 찾는 풍습에서 유래했는데 미국의 필라델피아 웹스터의 마을 주일학교의 모든 학생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안나자베스라는 부인이 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딸 안나가 흰 카네이션을 하나씩 달아 주면서 유래됐다.

그 뜻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고 살아계신 분께는 건강을 비는 마음으로 빨간색을, 돌아가신 분께는 “죽은 어버이를 슬퍼합니다”라는 뜻으로 흰색을 올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56년 ‘어머니날’로 책정 후 1973년 ‘어버이날’로 개정했다.

이번 어버이날, 회사 일을 감안해 어버이날 당일은 찾아뵙지 못할 것 같아 주말을 이용해 찾아뵙기로 했으나 더 큰 사정으로 결국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했다. 어버이날 당일, 출근하려니 못내 마음이 허락지 않아 이른 아침 일찍 어머니께 다녀왔다. 꼭 그날이어야만 마음을 전하는 건 아니지만 시골에 홀로 계시며 서운해하시는 어머니 마음이 더 헤아려지기도 했지만 이 또한 내 마음 편하려 한 일일 것이다. 그러자니 이날로 지켜야만 하는 아쉬움이 못내 개운하지 못했다.

또 한날을 기억하자면 스승의 날을 꼽을 수 있겠다. 스승의 날 유래가 궁금해 인터넷을 열어보았더니 강경에서 강경여고 청소년 적십자 학생들이 오랜 병석에 계신 선생님을 간호하면서 생각하게 된 날이란다.

처음엔 ‘은사의 날’이라 했지만 1963년 5월 26일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발표 후 이 뜻이 좋아 1965년 5월 15일 세종대왕 탄신일을 ‘스승의 날’로 변경해 이제까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1973년 정부에서 서정쇄신방침에 의해 폐지됐다가 많은 논란 후에 1982년 스승 공경 풍토 조성을 위해 다시 부활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필자는 이 스승의 날에 부르는 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려운 시절 선생님 댁에서 밥을 주며 기거하게 했던 고등학교 은사님이 생각난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퇴색해 버린 내 마음에 또 한 번 실망하게 된다.

이번 스승의 날에는 한번 찾아가 뵈어야겠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보고 싶다고 한다. 그 선생님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고 제일 좋았다고 표현했다. 아이의 학교 첫 경험의 선생님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게 계속 도와주고 싶다.

이렇듯 모든 날들에 대한 뜻과 의미가 있는데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여러 번 지나는 사이 그 의미가 퇴색되고 세태가 변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우리가 사는 날 중 그 어느 날도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는데 어떤 날이라 명명한 그날이 더 소중해지는 격이 돼버렸다.

5월에 이렇게 좋은 날이 많은 것은 아마도 지천에 핀 모든 꽃들을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꽃처럼 좋은 향기와 사랑의 향기를 내뿜으라는 뜻에서인 것 같다.

계절의 여왕 5월이 가기 전에 사랑하는 자녀, 어버이, 스승에게 진정한 마음을 담은 꽃 한 바구니 한 아름 가지고 찾아뵙는 것은 어떨지? 그리고 그 마음을 오래도록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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