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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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13)

<희묘는 이미 종묘(宗廟)에서 끊어졌으니 무릇 추봉(追奉)하는 일에는 선왕의 유교가 큰 방금(防禁)이 되므로 진실로 아주 지나치게 높여 받들 수는 없지만 그러나 천성(天性)의 친애(親愛)는 끊을 수가 없는 지극한 은정(恩情)이 있는 것이옵니다. 전하께서 자친을 위하여 슬퍼하고 사모함이 망극하여 이미 묘소를 옮기셨고 사당을 세우셨으니 지금 친히 참배하여 공경의 뜻을 펴시고 관원을 두어 상식하는 것은 인정에 맞사오나 다만 지나치지 않게 절목(節目)을 등급에 따라 마땅히 줄이셔야 할 것이옵니다.>

정승과 승지들은 왕의 친제와 조석상식을 조심스럽게 찬성하면서 폐비를 높여 받드는 것은 한계가 있음을 완곡히 표현하였다.

그러나 왕으로서는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얻은 셈이었다.

대간은 그 일을 뒤늦게 알고 펄쩍 뛰었다.

대간은 처음부터 성종의 유교를 전가의 보도처럼 앞세워 폐비 윤씨를 어떤 명분으로도 높여 받들지 못하게 왕에게 압력을 가해 온 터였다.

사헌부의 우두머리인 대사헌 김영정과 사간원의 장관인 대사간 안윤손이 서로 만나 의논하였다. 의논할 것도 없었다.

이미 20년 전 종묘와 인연이 끊어진 윤씨의 영전에 종묘의 의례(儀禮)와 같은 임금의 친제와 조석상식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었다.

김영정과 안윤손은 합계하여 차자를 올렸다.

<전하께서 정승과 승지들에게 폐비 윤씨의 사당에 친제를 드리고 조석으로 전(奠)을 올리는 일을 의논해 아뢰라 하시니 정승과 승지들이 마지 못하여 전하의 뜻에 영합하는 의논을 드렸다 함을 듣고 신 등은 놀람을 금치 못하옵니다. 왕자(王者)의 효도는 세상사람과 같지 않사옵니다. 전하께서는 생모에 대한 효성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자책하시어 정승과 승지들에게 그런 의논을 명하신 듯하오나 희묘는 이미 종묘와 끊어졌으니, 만약 아침저녁으로 전을 올리는 것을 문소전(文昭殿=태조와 태종을 모신 사당)의 의례와 같이 하고 또 백관을 거느리고 친히 거동하시어 제사를 거행하신다면, 이것은 선왕, 선후를 높이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사오니 매우 불가한 일이옵니다. 전하께서는 이미 인정과 예절을 참작하시어 폐비의 묘소를 이장하고 사당을 세워 삭망제를 올리게 하였으니 전하의 효성은 이로써 지극하다 이를 만하옵니다.>

왕은 김영정과 안윤손이 올린 차자를 읽어보고 매우 불쾌히 여겼다.

<김영정과 안윤손의 차자는 어버이가 없는 사람의 의논이니 들어줄 수 없고 훈상(勳相=공신인 정승)의 의논을 좇겠노라고 답하라.>

승정원에 전교한 말이다.

여기서 훈상이라고 한 것은 파평부원군 윤필상으로 정승들을 대표하는 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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