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서구의 경제와 사회발전은 완만하게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런 만큼 사회복지라는 개념도 아주 서서히 다져졌고, 수혜의 대상과 범위도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경제가 급성장했고, 더불어 복지도 급성장했다. 토대가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가 실현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부작용이라기보다는 미숙한 처리라는 표현이 맞겠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국가의 힘으로 개인의 가난을 막아내는 일은 실로 어려운 과제이다. 다만, 국가는 국민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책임을 갖는다. 여기서 복지는 출발한다. 국민이라면 최소한 먹을 것이 없어서 굶지 않도록 하고, 국민이라면 의무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 교육을 받고 하는 등의 개념에서 복지를 출발한다.

그러나 복지라는 것은 한 번 혜택이 주어지면 되돌릴 수 없는 특징을 갖는다. 국가재정이 심각하게 파탄을 맞는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한 번 시행된 복지를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복지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또한 복지수혜자들이 재활의지를 앞세우지 않고, 빈곤층으로 주저앉으려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도 복지정책을 시행하면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산재한 문제점 외에 당장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복지의 허점이 많아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은 모든 행정이 그러하듯 복지 또한 서류상으로 진단되고 시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서류상으로 자식이 있고, 보호자가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우리 주위엔 너무도 많다. 역으로 복지혜택을 받지 않아도 될 충분한 능력과 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빈털터리를 만들어 놓고 너무도 당당하게 혜택을 받는 가짜 불우이웃도 많다.

복지의 개념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도입 초기라는 점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제도 시행의 미흡한 점이 수시로 발견되고 있다. 억울한 사례도 많이 목격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복지의 대상과 범위를 넓혀가는 일만큼이나 수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짜 수혜자가 판치거나 혜택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인 대상이 혜택을 받지 못하면 복지재원을 부담하는 국민이 흥을 잃게 된다. 국민 모두가 신나서 아까운 줄 모르고 복지재원을 부담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국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단시간에 부를 축적해서 경제문제를 해결한 우리에게는 남을 보살피고 보듬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한 편이다. 경제 수준에 비해 남에게 베풀고 나누는 배려의 문화가 무척 부족하다. 각국의 기부 정도를 수치로 표현해 낸 각종 통계에서도 이 같은 실태는 여지없이 나타난다.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당당히 생을 마감하는 거부들의 이야기가 아직은 우리에게 익숙지 않다. 자식에게 재산과 권력을 대물림하려는 풍토가 너무도 깊이 뿌리내려 있어 나눔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 돼 있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과거에 비하면 우리의 기부문화는 진일보했지만 아직도 전반적으로 부족함이 많다. 부의 독점과 대물림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지만 기부는 사회 전반을 밝고 활력 있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나누는 즐거움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조금씩 나눔을 실천해가다 보면 그 맛을 알게 되고 지정한 기쁨을 알게 된다. 사회 전체가 나누고 함께 하는 기쁨을 공유할 때 진정한 복지는 뿌리를 내리게 된다.

사회적 기부문화의 정착과 진정한 복지실현을 위해서는 각계의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 중 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 국민 다수가 복지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화하는 작업은 언론의 몫이다. 더불어 나눔을 통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도록 상류층들의 실천을 이끌어 내는 역할도 언론의 몫이다. 참된 선진사회는 자신의 양심과 싸울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사회이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은 복지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일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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