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스케치북, 김태진 지음│어바웃어북 펴냄]
표현 서툰 아이에 부모 답답, 미술교사·심리전문가인 저자
스케치북 속 무의식 분석, 아이들 마음속 상처 보듬어

▲ 미술교사이자 심리전문가인 김태진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키며 겪은 그들의 속마음에 대한 에피소드를 책으로 엮어 출판했다. 사진은 모래밭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학생. 어바웃어북 제공

아이와 대화를 해보려고 다가가면 돌아오는 건 아이의 차가운 표정과 단답형 대답뿐이다. 어느새 해석 불가능한 암호뭉치가 되어버린 십대. 표현에 서툰 아이는 부모에게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소통에 서툰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

이 책은 아이들이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마음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낸다.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림에 담아낸 이야기는 심리 전문가의 분석이나 조언보다 솔직하고 정확하다.

현직 미술교사이자 미술심리치료를 연구해온 저자는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하거나 진로를 정해주는 것보다 마음 속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마음속 상처가 아물어야 품고 있는 꿈이 보이고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교실풍경을 그려 보라고 했더니 축구를 좋아하는 활동적인 아이는 뜻밖에도 혼자 교실에 남아있는 모습을 흐리게 채색해 완성했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아보기 위해 빗속의 사람을 그려 보는 수업에서는 가로등 아래에서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아이도 있다.

또 자신의 감정을 스케치북에 털어 버리도록 하는 수업에서는 날카로운 못을 여러 개 그려 스스로에게 준 상처를 표현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운명을 개척해 보는 연습을 하기 위해 신데렐라 동화를 각색해서 그려 보라고 했더니 피가 뚝뚝 흐르는 고기를 쥐고 있는 흉측한 모습의 왕자를 그린 아이도 눈에 띈다.

이처럼 아이들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면 부모들에게 받은 상처, 친구와의 갈등, 좌절된 꿈 등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들의 그림은 그들의 세계가 고스란히 담긴 하나의 작품이자 힘겹게 꺼낸 자기 고백이다. 그래서 저자는 때론 말보다 그림으로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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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스케치북, 김태진 지음│어바웃어북 펴냄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첫 번째 장 ‘나를 만나다’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지며, 두 번째 장 ‘나를 사랑하다’에서 마음속에 쌓여있던 나쁜 감정과 상처를 털어 버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끔 유도한다. 이어 세 번째 장 ‘나를 만들어 가다’에서는 자기 안에 감춰진 보물 같은 재능을 꺼내서 꿈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림에 표현된 아이들의 상처를 읽어내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기 위해 부모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먼저 다정하게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며 소통을 시작해 보라고 한다. 또 아이가 대화하기를 꺼린다면 다그치거나 재촉하기보다는 아이의 관심사를 주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특히 저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엄격한 어른’보다 ‘포근한 멘토’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조성해 주어야 할 분위기는 ‘위압감’이 아니라 ‘위로와 공감’이기 때문이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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