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고교연합모임으로 출발, 지역 미술계 중흥 이끌어와
송진세 비롯 24명 작가 참여, 30여년 만에 전시회 개최

▲ 문정규 作 넘나듦, 안과 밖에서

1963년 12월 대전 시내 각 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이 모여 만든 미술모임 ‘미상록(美湘綠)’이 30년 만에 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전시를 위해 결성된 ‘미상록작가전 추진위원회’는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대전중구문화원 전시실에서 ‘2012 미상록 작가전’을 연다.

미상록은 궁핍한 삶 속에서도 순수한 열정으로 미술활동을 시작한 청년들이 삼삼오오 뭉쳐 만든 미술모임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지역미술의 중심을 이루는 토대를 마련해 왔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모두 24명.

현역 작가의 작품도 있지만 미상록 창립 지도자였던 송진세를 비롯해 2~3세대 활약했던 강위종, 김경애, 김여성, 김용선, 김원기, 김치중, 문정규, 박계숙, 박관우, 박인규, 박창식, 백승철, 신현태, 유근영, 유병호, 이상만, 이장하, 정덕영, 정장직, 조창례, 차선영, 최영근, 함상호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 김치중 作 봄의 대화

전시장에선 아크릴물감과 함께 오일스틱 등의 재료를 사용한 유근영의 작품 ‘엉뚱한 자연’를 만날 수 있다. 단색의 조화와 무심한 터치에서 작가만의 개성과 화풍이 묻어난다.

또 캔버스에 액자틀 자체를 그리고 그 틀안에 다시 그림을 그린 작품도 있다. 화가 겸 퍼포먼스 작가로 활동하는 문정규의 작품 ‘넘나듦, 안과 밖에서’이다. 그림 속 액자 틀은 틀의 개념을 완전히 탈피했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나체의 남녀는 과감히 외부 세계와 이어져 있다.

박인규 추진위원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 미술문화에 기여한 미상록은 지역 미술문화인과 대전문화원의 보람과 자랑”이라며 “그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미상록 출신 작가의 작품을 모아 지난 세월의 아름다움을 회상하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는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김원기 作 꿈의 신자연

◆미상록(美湘綠)

미상록은 1963년 12월 대전시내 고등학교 미술부 학생들이 모여 이름과 회칙 등을 정했고 이듬해인 1964년 11월에 첫 전시회를 가졌다.

미상록 결성을 이끈 것은 당시 대전사범 부속국민학교(현 중앙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송진세 선생이었다.

그 당시 대전·충남미술계는 60대 이동훈 선생을 비롯해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귀향했거나 대전의 인근 지역에서 유입된 30대 청년작가들인 최종태, 이종수, 이남규, 이인영, 김철호, 홍동식, 신봉균, 조영동, 임봉재, 이지휘, 임상묵, 김화경, 송진세 등이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며 미술계 흐름을 주도했다.

이런 토대를 배경으로 고등학교 학생 미술모임인 미상록이 결성됐고 지역의 미술계는 중흥의 기운으로 넘쳐났다.?

▲ 박계순 作 영혼의 울림

1970~80년대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미술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 나타났는데 그 중심엔 대전문화원이 있었다.

대전문화원은 현재 중구문화원으로 개편됐고 대전 미술계의 작가들의 발굴, 전시 활동 등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번 미상록 작가전 역시 중구문화원의 후원으로 이뤄지게 됐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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