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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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17)

"작년 겨울의 천둥과 금년 봄의 가뭄, 가을의 홍수 같은 것이 어찌 옛적에는 없었겠소? 회례연 같은 큰 의례를 거행한다고 해서 어찌 하늘의 경계를 조심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소? 이것이 비록 현명한 군주는 하지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과인은 덕이 없는 사람이므로 꼭 거행하고자 하오."

여러 해 동안 일기가 고르지 못하여 흉년이 잦은 데다 그 전해 겨울에 눈비가 지나치게 많이 내리고 그 해 봄과 여름은 가물었으며 칠월에 늦장마가 들었다.

영·호남 지방에서는 홍수와 지진이 나서 가옥이 떠내려가고 농토가 매몰되거나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익사하거나 압사하였다. 팔월 들어 평안도 일대에 우박이 내려 추수기를 앞둔 들녘이 쑥대밭이 되었으며 서울에는 지진이 일어나 그 소리가 마치 천둥 같아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정승들이 세자 책봉 후의 회례연을 정지하라고 상주한 것은 그러한 천재지변 때문이었는데 왕은 현명한 군주 같으면 정지하겠지만 나는 덕이 부족한 사람이므로 거행하려 한다고 오기스럽게 고집을 부렸다.

왕의 고집이 그러하매 좌의정 성준, 우의정 이극균, 좌찬성 박건, 우찬성 유순, 좌참찬 신준 등이 함께 입시하여 집단 사의(辭意)를 배수진(背水陣)으로 하여 왕의 마음을 돌려보려 하였다.

"전하, 지금 팔월도 다 가옵는데 칠월부터 장마가 그치지 않고 하삼도(下三道=충청, 경상, 전라)가 더 심해서 인가(人家)가 물에 잠기고 떠내려간 것이 많고 인명피해 또한 헤아릴 수 없으며 농작물이 유실되고 전답이 손상되어 금년 가을 장마의 수재는 근고에 없었던 재앙이라고 하옵니다. 매몰된 전답은 다만 금년에만 실농(失農)하는 것이 아니옵고 삼사년에 이르도록 농사를 지을 수가 없으니 이것이 어찌 금년의 재앙에만 그칠 것이옵니까?

홍범(洪範)에 길흉(吉凶)을 논하기를 길흉이라는 것은 각기 유에 따라 응하게 되므로 재앙도 망령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였사옵니다. 신 등은 모두 용렬한 자질로서 외람되게 중임(重任)에 있으니 다시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으셔서 신 등의 직책을 대신케 하심으로써 하늘의 견책에 보답하게 하소서."

그러나 왕의 고집불통은 여전하였다.

"하늘은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일을 반드시 좇는다고 하지만 해마다 풍년이 들어서 배부르게 되는 것이 백성들이 바라는 지극한 소망인데도 하늘이 해마다 풍년을 주지 않고 도리어 재앙을 내릴 때가 많소. 가을 장마나 봄·여름 가뭄도 자주 있는 것인데, 경들은 이것을 일일이 시비하니 아득한 천도(天道)를 어떻게 사람의 뜻대로 응하게 하자는 것이오? 경들은 사직하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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