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일기(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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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일기(759)
  • 대전매일
  • 승인 2002년 09월 30일 00시 00분
  • 지면게재일 2002년 09월 30일 월요일
  •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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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18)

"전하, 하늘이 견책을 보이는 것은 원인이 있는 것이옵니다. 혹시 군주가 도리를 잃거나 혹시 정사를 하는 대신이 적임자가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사옵니다. 그런 까닭으로 옛날에 재앙을 만나면 삼공(三公)을 파면한 일이 있었사옵니다. 위에서 삼가 덕을 닦고 아래서는 조심하여 직무를 보아 재앙을 그치게 해야 하는데 혹 운수가 나빠서 재앙을 만난 것같이 말씀하시오니 신 등은 말문이 막히옵니다. 신 등이 사직하기를 청하옵는 것은 전하께서 하늘의 견책에 더욱 조심하시어 현량한 신하를 뽑으셔서 하늘의 뜻에 보답하시라는 충정이옵니다."

"지진이나 늦장마, 겨울철의 천둥 같은 것은 자주 없는 일인데 어찌 꼭 이런 일로 의정(義政)을 바꿀 수 있겠소? 다만 군신과 상하가 조심하면서 덕을 닦고 반성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오."

영의정 한치형과 좌의정 성준, 우의정 이극균 등 세 정승은 다시 다음과 같은 상장(上狀)을 올려 사직할 것을 고집하면서 왕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가만히 보옵건대, 작년 겨울 동안 눈비가 평년보다 많이 내렸고, 때아닌 천둥이 있었으며 금년 봄과 여름에는 가뭄이 매우 극심하여 안으로는 경기지방의 고을로부터 밖으로는 여러 도에 이르기까지 보리와 밀이 거의 결실되지 않아서 백성들이 배를 주리고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면서부터 장마가 지고 남방 여러 고을에는 물난리가 나서 가옥과 전답이 물에 잠기고 인축(人畜)이 떠내려가고 고목이 꺾이기도 하고 뿌리째 뽑히기도 하였으며 농작물이 대부분 손상되었다 하오니 이 같은 천재지변은 옛날에도 듣기 드문 일이온데 근일에는 또 서울에 지진이 일어나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사옵니다.

옛날 선비가 이르기를 '하늘과 사람 사이에는 그림자가 형상에 따르고 울림이 소리에 응하듯이 서로가 어긋나지 않는 것이니 원인이 없는데도 저절로 이르게 되는 재앙은 없으며 또한 원인이 나타났는데도 거기에 응하지 않은 재변은 있지 않다'고 하였사옵니다. 대개 사람의 기운은 천지 음양(陰陽)의 기운과 더불어 나가고 들어가서 서로 통하는 것이므로 인정(人情)이 아래에서 화목하면 천변(天變)이 저곳에서 응하는 것이옵니다.

정승이 된 사람은 임금 한 분을 보필하고 음양을 다스려서 만물(萬物)이 모두 마땅함을 이루게 하는 것이니 그 직책이 매우 중하옵니다. 신 등이 부덕한 사람들로서 외람되이 정승의 자리에 앉은 이래로 상서(祥瑞)는 이르지 않고 천재지변만 겹쳐서 일어나게 되니 아득한 천심(天心)의 소재를 점쳐서 헤아릴 수 없지마는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은 모두 나온 곳이 있다고 생각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