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도태 지지부진 효과없어 … 가격회복 더뎌
볏짚·조사료 가격 올라 사육 포기상황 우려

“이렇게 가다간 한우를 포기해야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곤두박질친 산지 소값 회복세는 더디기만 한 가운데 최근 국제곡물가와 조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 부담이 커진 축산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농협 등에 따르면 산지 소값은 한우 큰암소(600㎏) 한 마리가 391만 8000원으로 지난해 말(362만 2000원) 가격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암소 가격은 지난해 말 360만 원대에서 올해초 소비촉진 행사 등의 영향으로 390만 원선을 회복했다가 4월 초 다시 360만 원대로 떨어진 후 더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쇠고기 수입개방 당시(472만 6000원)보다는 80만 원, 2007년 4월 FTA타결 이전(527만 8000원)보다는 무려 130만 원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송아지(4~5월령) 가격 역시 이달 9일 기준 암송아지는 125만 6000원, 수송아지는 166만 5000원으로 2007년 4월(암송아지 258만 8000원, 수송아지 218만 1000원)과 비교하면 각각 130만 원과 50만 원이 떨어졌다.

정부가 나서 전체 가임 암소 165만두 가운데 30만두를 도태시키는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부 의도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이렇다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정부의 암소도태가 새끼를 한 두번만 낳은 40개월 미만 저능력우로 한정된데다 보상 지원금이 30만~50만 원에 불과해 신속한 도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산지 소값 회복이 더디기만한 가운데 최근 사료와 조사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비 부담을 늘고 수입은 줄어든 농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이미 사료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최근 사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대두와 옥수수 등의 국제곡물 가격이 다시 5~20% 가량 추가로 오르면서 사료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산 볏짚과 수입산 조사료 가격까지 최근 오르면서 농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축산농가가 주료 이용하는 조사료인 톨페스큐짚 공급가의 경우 ㎏당 355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0원(12.7%) 올랐고, 고급 조사료인 호주산 연맥(프리미엄)의 경우도 ㎏당 480원에서 525원으로 8.9%가 올랐다.

국내산 생볏짚 가격 역시 ㎏당 130원 수준에서 형성돼 전년(80원대)보다 무려 60%(50원)나 가격이 오르며 부담을 더하고 있다.

백석환 한국농업경영인 대전시연합회장은 “암소도태를 하는데 제한은 많고 장려금은 현실적으로 적다보니 개체수 조절이 안돼 소값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질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건초 가격은 갈수록 오르고 쿼터가 충분치 않아 조사료를 확보하는 것도 힘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소값은 떨어지고 생산비는 늘면서 축산을 그만두려고 농장을 내놓는 농가가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한우를 포기해야하는 상황까지 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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