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철 대전복지재단 대표

대전복지재단은 올해 초부터 ‘쪽방마을 사랑나누기’라는 이름으로 대전역 인근의 쪽방촌 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쪽방이라면 보통 화장실이나 조리시설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은 한 평 미만의 공간과 보증금 없는 월세 10만 원 안팎의 주거시설을 말한다.

한편으로는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주거지를 제공하는 순기능도 있는 반면 이른바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복지의 궁극적 목표라는 측면에서 보면, 복지라는 말 자체가 사치스러울 정도의 공간이며 복지의 어두운 단면이다.

대전역 인근 쪽방마을은 다른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동성이 좋고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철도역을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됐다.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동, 정동, 삼성동의 1㎞ 정도에 500여 채가 있으나 이 중 반 정도는 비어 있고, 현재는 241세대에 251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 주민의 상당수인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제도적 차원에서 생계급여가 지급되고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무료급식과 일부 의료서비스 등이 제공되고 있어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돕고 있다. 또 한편으로 명절 때 이런저런 선물을 들고 방문하는 이들도 있고 가끔 뜬금없이 바깥벽 페인트를 다시 칠해 주거나 깨진 유리창을 바꿔주곤 했었다.

그러나 대전복지재단에서 추진하는 쪽방마을 사랑나누기 사업은 기존의 사업과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르다.

우선 사업대상과 서비스 내용의 차이이다. 기존의 사업은 벽체 도색이나 창호 교체, 거리 청소나 주변 정비 등 주로 외적 환경 개선에 주력해 왔다면, 이번엔 이러한 환경 개선 사업 이외에도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에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주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응급을 요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민과 관의 복지역량을 동원해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으며 서비스 통합성을 제고하고 개개인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통합사례관리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 차이점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종전에 이런 식의 사업은 통상 관(官)이 주도하고 여기에 몇몇 민간단체나 기관이 참여하여 진행하는 것이 통례였다. 그러나 이번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 지원단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시·구청의 관련 공무원과 동장, 쪽방상담소, 노숙인지원센터 등 관련 기관,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종교단체, 시장 상인회, 복지만두레, 대학 교수, 언론인과 복지재단 등이 참여하고, 근처의 공공기관인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까지도 참여한다.

필요하면 쪽방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참여할 것이고,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관련되는 기관들도 추가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업의 수용성을 높이고, 사업의 지속성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업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종전과는 달리 일회성으로 끝낼 수가 없다. 다양한 욕구 중에는 바로 해결될 것도 있지만, 상당수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재단은 단순한 사업의 주체가 아니라, 관련되는 이해당사자들을 조정하고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 사업을 대전시가 당면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이상적 민·관협치 모델로 활용하고자 한다. 아울러 재단의 설립 취지인 복지의 민간화, 전문화, 통합화의 시금석으로 삼고자 한다.

지병 때문에 바깥출입이 어려운 한 주민이 컴퓨터가 갖고 싶다고 했다. 그 주민이 중고 컴퓨터를 들고 온 재단 직원에게 한 말은 “정말 가져오셨네요”라는 것이었다.

서로의 진심이 통한다면 그동안 소외되고 외로웠던 쪽방마을에도 화창한 봄이 올 것이다. 이것이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재단의 소박한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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