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우 시인·문학평론가

도종환 시인이 제19대 국회의원이 된다. 충북에 국회의원이 한 명 더 는다. 지역 발전을 기대하는 도민의 입장에서 축하의 박수가 절로 터질 일이다.

그렇다. 그가 그동안 충북문단의 문학 발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전력으로 보아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디딤돌이 되어줄 것을 의심치 않는다.

벌써부터 충북의 문인들은 충북의 문학이 지방문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올라설 계기가 마련되었다며 기대와 흥분에 차 있다.

다시 한 번 축하의 박수를 또 보내면서 '꽃의 시인 도종환' 에게 우리들의 바라는 바를 직시하고자 한다.

이는 권력에 눈먼 속물 국회의원이 되지 말고 끊임없이 대중들에게 희망의 꽃을 피워내는 시인 국회의원이 되어달라는 바람에서다.

이야기를 작년 가을 10월 11일 도종환의 집 구구산방으로 돌아가서 시작하기로 하자.

"앞으로도 희망은 없다. 이 ×같은 세상 어디에 희망이 있단 말인가. 우리가 몸부림치는 동안만 희망이다. 우리가 쓰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순간만이 희망이다. 우리가 서로를 부축하며 가고 있는 동안만 희망이다. 거기까지만 가면 희망이라고 믿었던 날들은 갔다. 이 고개만 넘으면 산 너머에서 희망이 우리를 반겨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우리가 함께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동안만 희망이다."

위의 글은 그의 홈페이지에 작년 10월에 탑재한 글 ‘김진숙, 그녀가 아직도 거기 있다’의 일부이다.

그는 이 글에서 내일은 오늘보다 살기가 더욱 힘들 것이라고 했다.

"10대의 일그러진 얼굴", "방황하는 20대 저 가난한 나이",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30대", "몸 구석구석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40대", "벌써부터 노후가 걱정인 50대", "존재감을 잃어가는 60대" 식으로 세대를 거론하며 "이 더러운 땅 어디에 희망이 있는가."라고 절규한다.

김진숙이 저 차가운 허공에 걸려 있는 동안 도종환은 스스로에게 가짜라고 외친다.

김진숙이 하늘 한가운데 매달려 있는 동안 자기 자신은 사기꾼이라고 했다.

그의 시, 그의 언어는 거짓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김진숙이 가을비에 젖고 있는데 어떻게 내가 위선자가 아닐 수 있단 말인가 라며 도종환은 뉘우쳐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다.

이 글에 의하면 그는 문학을 버리고 어떤 운동성의 축에 몸을 던질 위험스런 기세가 느껴진다.

그렇다. 이 글을 발표한지 꼭 6개월 만에 도종환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선택하였다.

그는 절망을 타개하기 위해 문학적 항력 대신 현실적이며 문리적 대응력이 더 크다고 여겨지는 금배지를 선택한 것이다.

그는 그의 시 ‘꽃피우기’에서 "꽃을 피운다는 건/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허공에 실가지 뻗어/그곳을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바꾸고/잿빛 대지를 살아 있는 빛깔로 바꾸는 일이다/봄날의 개나리꽃이 그러하다"고 진술하고 있다.

우리는 도종환 시인이 진정 개나리꽃 국회의원으로 남기를 희망한다.

비례대표는 직능 국회의원이다. 나를 뽑아준 모당에 충실해야 하는 부담을 던져 버리고 문학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지나치게 정파에 뛰어 들어 그 동안 독자의 사랑을 받던 도종환 문학에 더러운 때를 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정의당 소속으로 제11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낸 김춘수 시인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