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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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20)

도승지 신수영이 미리 준비해 온 사면령(赦免令)을 낭독하였다.

<과인이 생각하건대 옛날의 명철한 군주들이 천하와 국가를 소유함에 있어서 미리 세자를 세워 나라의 근본을 바르게 하지 않음이 없는 것은 위로는 종묘를 받들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소망을 편안하게 하는 까닭이다. 박덕한 과인이 조종(祖宗)의 기업(基業)을 이어받아 끝없는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또한 끝없는 근심을 한다. 짊어진 짐이 무거우므로 공경하고 부지런히 하고 복종하고 힘써서 길이 조종의 세업(世業)의 어려움을 생각하겠노라.

지금 세자는 자질이 온화하고 도량이 원대하며 높게 빼어나서 이미 성인(成人)의 도량이 있었고 장차 훌륭한 덕망으로써 진실로 구가(임금의 인덕을 칭송하는 것)를 들을 만하다.

마침내 홍치(弘治=명나라의 연호) 15년(연산군 8년) 9월 15일 갑신(甲申)에 원자 황을 세자로 책봉하고 감국무군(監國撫軍)의 권한을 맡겨서 이에 신과 사람의 소망에 보답하노라. 이 크나큰 경사에 마땅히 비상한 은전을 베푸노니, 이 달 15일 이전에 모반(謀反) 대역(大逆) 모반(謀叛)과 자손이 조부모와 부모를 모살하였거나 구타, 욕설을 한 일, 처첩이 지아비를 모살한 일, 독약이나 주술 등으로 사람을 해친 일, 삼강오륜에 관계된 일, 강도를 범한 일 외에는 모두 사면하되 도형(徒刑) 유형(流刑) 중도부처(中途付處) 정속(定屬) 안치(安置) 충군(充軍)된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 사면하라.

또 관직에 있는 사람에게는 각각 한 품계씩 올려 주되 다시 더 올라갈 수 없는 사람은 아들이나 사위를 대신 올려 주도록 하라. 아! 오늘 이후로는 튼튼한 기업을 더욱 공고히 하여 경사(慶事)를 우리 백성들과 함께 하고 모두 유신(維新)의 정치를 누리도록 하라.>

왕은 세자책봉식을 마치고 세자 황을 월산대군 집에 두어둔 채 환궁하였다.

승평부부인 박씨가 세자를 양육하여 오늘의 경사가 있게 하였다 하여 쌀 1백 섬과 면포 및 정포 각 2백 50필과 후추 3섬을 월산대군 집에 실어 보내 주었다.

세자책봉 후에 베푸는 회례연은 엿새 후에 대궐에서 거행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가을 장마가 걷히지 않고 날마다 궂은 비가 내렸다.

회례연을 하루 앞두고 대낮이 밤처럼 어두워지더니 번갯불이 번쩍거리고 천둥이 울리면서 우박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천둥소리를 두려워하던 왕은 낯빛이 질리면서 오금을 펴지 못하였다.

입직한 도승지가 정무(政務)를 아뢰고 사관(史官)들이 붓을 놀리고 있는 자리에서 왕은 공포에 질린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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