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 ?
?
? ?
?

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22)

빈청에 들어와 있던 우의정 이극균은 승정원을 통해 내린 왕의 전지를 받고는 비와 우박을 무릅쓰고 어전에 나가 엎드렸다.

"전하, 때아닌 천둥과 우박으로 인하여 회례연을 정지하시고 상하(上下)가 수성(修省)하고 근신할 것을 전지로써 하달하시오니 만시지감(晩時之感)은 있사오나 매우 잘 하신 결단이옵니다. 근래에 자주 천둥이 치고 궂은 비가 내려서 봄여름에 가뭄으로 망친 농사를 그나마 추수도 못하게 되니 하늘이 비록 말은 하지 않아도 곡진(曲盡)하게 타일러 경계하는 뜻이 반드시 있는 것 같사옵니다.

신은 요즘 밤마다 잠자지 못하고 홍범(洪範)을 펼쳐서 읽고 되풀이하여 생각해 보오니, 중국과 우리 나라는 지역이 같아서 중국에서 수재와 한재가 있으면 우리 나라에서도 그렇게 되는데 금년에 중국은 수재가 없어서 풍년이 들었는데도 우리 나라는 흉년이 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생각하옵건대, 반드시 보잘 것 없는 신 등이 외람되이 의정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신 등을 파직하시기 어렵거든 체직(遞職)을 명하시어 현량한 사람으로 정승을 대신하여 하늘의 뜻에 맞추소서. 영의정과 좌의정은 신병으로 같이 오지 못하여 신이 혼자 아뢰오나 세 정승의 뜻은 다 같사옵니다.

"우상(右相)은 또 그 소리를 하오? 월령(月令)에 비록 팔월이 되면 천둥이 비로소 소리를 거둔다고 하였지마는 팔월 이후에 천둥치고 비오는 일은 성군(聖君)이신 선종대왕 때도 있었던 일이오. 과인이 하늘의 경계를 조심하지 않는 바 아니지만 옛말에 '평범한 임금에게는 하늘이 재변을 나타내 보이지 않고 오직 현명한 임금에게만 재이를 나타내 보인다'고 하였으니 나같이 평범한 임금에게 하늘이 재변을 내리심이니 진실로 하늘의 뜻이 어떤 것인지 헤아릴 길이 없소. 경 등이 한갓 옛날 책만 보고 책임을 지고 사직하려 하니 온당치 못할 뿐 아니라 과인의 부덕을 질책하는 것이오."

"전하, 천도(天道)는 비록 멀어서 알기 어렵다 하오나 대체로 군주가 실정(失政)을 하면 재이를 보이는 것이오니 전하께서는 이럴 때일수록 삼가고 조심하시어 백성의 고통을 불쌍히 여기셔야 할 것이옵니다. 세종대왕께서는 수재나 한재로 백성들이 고생한다는 말을 전해 들으시면 눈물을 흘리기까지 하셨으니 이는 진실로 우리 동방의 성덕(聖德)의 인주(人主)이시옵니다.

전하께서도 세종대왕을 본받으시면 세종대왕 때의 정치에 못하지 않은 인정(仁政)이 될 것이옵니다. 금년은 흉년이 심하기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어서 첫 가을의 물가(物價)가 면포 한 필로 쌀 한 말을 바꾸는 시세이오니 백성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지 짐작하실 일이옵니다. 월산대군 집에 잔치를 베풀어 주시려는 것은 승평부부인이 세자를 양육한 공이 있기 때문인 줄 아오나 이미 쌀 백 섬과 면포와 정포를 500필이나 하사하셨으니 잔치를 베풀어주시지 않더라도 천은(天恩)이 망극할 것이옵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