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면 자신의 재산·스펙 쌓여
주체성 가지고 학습능력 증진해야 격동하는 시대변화 대응할 수 있어

최근 3~4년 전부터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강의는 인문학 강의다. 한 대학에서 1년 동안 한 달에 한번 씩 인문학 강의를 한다고 해서 가서 들어 봐야지 하면서도 잊어버리고 못 가게 될 때가 더 많았다. 그러다가 한번 가서 듣게 된 강의가 서강대 교수였던 故 장영희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됐다.

강의실이 다 차고 밖에도 자리를 마련 할 만큼 사람들은 그 열강에 대한 기대가 대단해 보였다. 장 교수의 차가 밀려 30분쯤 늦게 도착한다는 안내가 나왔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30여분이 흐른뒤 장 발그레한 얼굴로 나타난 장 교수는 시간이 늦어 미안하다는 정중한 사과를 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장 교수가 강의한 내용 중 필자의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살아 온 어떤 과정도 중요하지 않았던 과정은 없었다’는 내용이다. 장 교수의 아버지는 어려서부터 장 교수를 무릎에 앉혀놓고 늘 책을 읽어 주던 그 시절은 인생에서 책을 좋아하고 책과 함께하는 교수라는 직업을 갖게 된 원동력이라는 내용은 지금까지도 필자는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장 교수는 우리의 미래에 인문학이 모든 것의 근간이 될 것이라고 역설하는 것으로 강의를 마치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책을 읽는 것이 아들의 재산, 스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장 교수는 암 투병 중이였는데 마지막 혼을 태우듯 쉬는 시간도 없이 열강 하는 모습이 필자는 생생하다.

고인이 된 장 교수의 강의를 생각하며 가끔씩이라도 인문학 강의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다. 이렇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느껴지는 독서는 진정한 독서를 위하는 것보다 지식이나 지적 허영을 채우기 위한 독서가 더 만연하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이 진정한 독서를 통해 자기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자기의 주체성을 가지고 자기 학습 능력을 기르는 독서야말로 진정한 독서라고 본다. 또 독서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끊임없는 관계를 맺어주고 생성해 준다. 독서가 주는 즐거움은 그 외에도 많을 것이다. 이런 독서의 즐거움을 맛 본 사람 만이 그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2009년부터 하버드의 신입생들의 핵심교육과정이 각종 기초학문을 실제 삶의 문제들과 연계하여 통섭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편됐다고 한다. 이것은 격동하는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길러 주는 독서력을 길러야 하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올해부터 초, 중학생 토요 수업이 없어진 틈에 중학생은 7, 8교시에 방과 후 수업으로 교재 공부를 한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시간에 좋은 독서 프로그램을 넣는다면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중학생들에게 독서의 기회를 갖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 지역의 도서관은 취직 준비생들의 전유물이 돼버린지 오래다. 이제부터라도 도서관에는 아이들로 가득찬 ‘학생들의 놀이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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