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원인은 주로 유전적 요인, 다른 아이들보다 2~3년 늦게 크기도, 여아 8세 이하, 남아 9세 이하에서 음모 발달 등 2차 성징 나타난다면 빠른 뼈성숙으로 성장판 조기 닫혀

#1 올해 학부모가 된 주부 김선경(39·가명) 씨는 입학식장에 갔다 온 이후로 걱정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들의 키가 반 아이들 중에 가장 작았기 때문이다.

저신장은 같은 연령, 같은 성별의 어린이 100명 중 세 번째 이내로 작거나 또래들 평균보다 10㎝ 내외로 작은 경우를 말한다. 이런 아이들의 대부분은 유전성 저신장이거나 체질성 성장 지연에 해당되지만 일부에서 호르몬 이상이나 골격계 이상 또는 만성 질환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영양과잉이 이뤄졌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의 영향까지 겹쳐 성조숙증이 증가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저신장=유전적인 원인이 가장 흔해

저신장은 여러 가지 원인 중에 질환은 아니지만 유전적 저신장과 체질성 성장 및 사춘기 지연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 우선 유전적 저신장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원인으로 부모나 조부모, 친척 등에서 키가 작은 사람이 있고, 매년 꾸준히 4㎝ 이상으로 자라지만 같은 성별이나 또래들에 비해 계속 작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골 연령은 실제 만 나이와 비슷하고, 사춘기는 정상 아동과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지만 최종 성인 신장이 비교적 작은 경향이 많다.

또 체질성 성장 및 사춘기 지연에 의한 저신장은 체질적으로 성장이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신체검사와 성장속도가 정상이나 골 연령은 만 나이에 비해 2~3년 정도 지연돼 있으며, 사춘기 발달도 다른 아이들보다 2~3년 정도 늦게 시작된다. 그러나 현재의 키는 작지만 최종 성인키는 정상 범위에 도달하게 된다. 이 경우 부모나 친척, 형제 중에서 키가 늦게 자라고, 사춘기도 늦게 시작된 과거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질환에 의한 저신장인 경우 호르몬 이상, 터너 증후군, 자궁 내 성장지연, 만성 질환인 저신장증, 장질환으로 인한 흡수 장애, 간질환, 골격계 이상, 성조숙증, 영양 결핍, 정신 사회적 저신장 등이 있다. 이 경우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골연령 검사와 성장 속도 관찰이 필요하며, 호르몬 검사나 염색체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성장 호르몬 결핍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 MRI 촬영과 성장 호르몬 자극 검사를 시행해 진단이 되면 성장 호르몬을 투여하게 된다.

성장 호르몬 치료는 성장판이 닫히기 이전에 시작돼야 하며 최소 6개월 이상, 장기간 투여 받아야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장 호르몬은 매일 자기 전에 피하 주사로 투여하며, 3개월 간격으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 여부를 관찰해야 한다. 성장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은 일반적으로 주사 부위 통증, 근육통 및 관절통, 전신 부종, 두통, 피부 발진 등이 있지만 투여를 중지하면 이 같은 증상은 사라진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당뇨병 발생에 대한 보고가 있으며, 급성장이 일어나는 경우 고관절 탈구가 발생할 수 있다. 백혈병 치료를 받았거나 가족 중 백혈병 환자가 있다면 투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성조숙증=성장판이 닫혀 저신장증으로 진행

#2 주부 강수영(42·가명) 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4학년 딸의 키가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덩치도 월등히 컸기 때문이다.

강 씨 아이의 경우 검사를 해보면 아이의 나이는 만 11~12세인 반면 뼈 나이는 13세로 진행된 상태다. 심한 경우에는 15세까지 진행된 상태도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뼈 나이가 여자는 13세, 남자는 15세가 되면 성장판이 닫혀 그 이후부터 성장이 거의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성호르몬이 정상인보다 일찍 분비돼 사춘기 급성장기인 초등학교 4학년에서 5학년 사이에 나타나고, 동시에 조기 골단융합(일찍 성장판이 닫힘)이 일어나 더 이상의 키가 자라지 않는 경우를 성조숙증으로 인한 저신장증이라고 한다.

성장에는 우리가 잘 아는 성장 호르몬 외에도 갑상선 호르몬과 성호르몬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갑상선 호르몬이 2세까지의 뇌의 발육과 성장 호르몬의 분비 촉진에 관여한다면 성호르몬은 사춘기의 급성장에 매우 중요한 호르몬으로 골격 성장과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증대시킨다. 바로 이 성호르몬이 병적으로 일찍 증가하면 키의 증가는 있지만 골격계의 성숙이 지나치게 빨리 진행돼 조기 골단융합을 초래한다. 이런 경우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아 결국 최종 어른 키는 작아지게 된다.

성조숙증은 유방 발달, 고환 크기의 증가, 음모 발달 등의 2차 성징이 여자아이의 경우 8세 이전, 남자아이의 경우 9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빠른 뼈 성숙을 가져와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기 때문에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하거나 심리적, 정신적 문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이 같은 양상을 보일 경우 가능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성조숙증은 일반적인 신체검사, 성 성숙 정도평가, 시야 검사, 신경학적 검사와 함께 성호르몬, 성선자극호르몬, 골연령 등을 측정해 진단하는데 약 40% 정도가 완전 성조숙증으로 확진된다.

성조숙증의 치료는 기질적인 원인이 있을 때 이를 먼저 치료하고, 성조숙증에 따른 정신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 저신장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다. 또 기질적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완전 성조숙증의 경우에는 생식샘(고환 또는 난소)을 자극 하는 호르몬을 방출하도록 돕는 호르몬 약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는데 투여 후 약 6주가 지나면 생식샘에서의 성호르몬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감소돼 성조숙 증상이 멈추게 된다. 이에 따라 뼈의 성장판 융합이 지연돼 최종적인 성인 예측키가 늘어날 수 있다.

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주형 교수는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를 비롯한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으로 영양과잉이 이뤄졌고, 이 영양과잉이 지방과다로 이어진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환경호르몬까지 겹쳐 성조숙증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도움말 = 을지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주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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