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원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 회장

우리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뉴스로 전해 들으며 살아가고 있고, 특정 국가에서 발생하는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영상을 통해서만 볼 수 있던 지구촌 곳곳의 절경들도 마음만 먹으면 달려가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지구촌의 환경은 너무도 급변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뒤처지면 낙오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다행히도 세계화의 흐름 속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며 민첩하게 국제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니 생각해보면 퍽이나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 자명하다.

세계화와 더불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또 하나의 화두는 지방화이다. 전혀 다른 상반된 개념이지만 세계화와 더불어 지방화는 거역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큰 줄기이다. 지방화시대를 맞아 같은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구성원들의 유기적 관계는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 간 경쟁구도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산업사회가 시작된 이후 우리는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도권에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소위 ‘선택과 집중’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도 돈도 서울로 집중됐고, 그 나머지 지방은 껍데기만 남았다.

그러나 지방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상황은 달라졌다. 각 지방이 수도권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지방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각 지방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은 이제 고착화됐다. 기업을 유치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복지의 혜택도 지방 간 격차가 발생하고 있고, 사회간접자본의 확충도 역시 차등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전제로 지방언론의 중요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지방언론은 지방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나 사고를 보도하는 지극히 제한된 역할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언론의 보다 적극적인 기능은 지방의 여론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다. 최근 수년간 대형 국책사업의 지방 간 유치 경쟁이 펼쳐질 때마다 지방언론들은 지역민들의 총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세종시 건설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을 도 지방언론은 사력을 다해 지역 여론을 모아 행정도시 건설의 단초를 마련하는데 앞장섰고,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서도 지역언론은 앞장서 여론을 형성해 갔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 지방화시대에 지역언론의 역할은 지대하다. 세계화와 더불어 점차 지방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지방언론의 역할을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을 해본다. 지방언론이 여론을 환기시켜 나가지 못하면 우왕좌왕 우리의 공통된 주장을 올곧게 담아내기가 그 만큼 어려워지게 된다. 앞으로 지역의 여론을 한데 모아 지역민들의 뜻을 묶어내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더욱 확고해질 지방화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어떤 일 못지않게 지역언론을 경쟁력있는 매체로 육성해가려는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방언론의 자구노력도 더욱 더 요구받고 있다. 사사로운 이익을 앞세우기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지역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단순한 사실 보도에 치우치는 수준을 벗어나 진정 올바른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그것만이 날로 고착화돼가는 지방화시대에 뿌리내릴 수 있는 유일한 살길이다. 지방화의 중심에 지방언론이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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