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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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26)

고려 왕실의 근친혼과 근친간의 사례를 알고 싶어하는 왕의 우렁이 속 같은 마음을 알고도 모르는 척하는 임숭재는 어떻게든지 왕이 바라는 방향으로 해설을 붙이려 하였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렇지, 그렇지! 왕조가 다르다고 시대가 다른데 우리가 그때 일을 옳다 그르다 할 성질의 것이 아니지. 이야길 계속해 보아. 그래 어느 왕이 누이와 혼인을 했던고?"

"예. 예를 들면, 제3대 광종(光宗) 임금은 태조의 아드님으로 이복누이인 황보씨(皇甫氏)를 왕비로 삼았는데 황보씨는 그 모후의 성을 따서 황보씨라고 한 것이지 실은 같은 왕씨인 것이옵니다. 그리고 또 그 다음 대(代)인 4대 경종(景宗) 임금은 부왕 광종의 아우인 왕욱(王旭), 그러니까 숙부의 두 따님을 왕비로 맞았으니 사촌누이를 둘씩이나 부인을 삼은 셈이지요. 경종 임금의 왕비는 한 분이 헌애(獻哀)왕후이고, 또 한 분은 헌정(獻貞)왕후이온데 헌애왕후 소생자 목종(穆宗)이 5대 임금이 되었고, 그때 목종 임금의 보수(寶壽) 이미 18세인데도 헌애왕후가 천추태후(千秋太后)로 불리면서 섭정을 하다가 외척되는 김치양(金致陽)이란 자와 간통을 하여…."

"허! 왕후가 외척과 간통을?"

"간통만 한 것이 아니옵니다. 사생자를 낳아 가지고 그 사생자로써 왕위를 계승하게 하려고 음모를 꾸미다가 열성(列聖)이 도왔던지 강조(康兆)라는 신하가 나타나서 역성(易姓)을 막고 김치양 부자(父子)를 죽이고 천추태후와 목종 임금을 몰아내는데, 천추태후의 간부(姦夫)였던 김치양의 양기(陽氣)가 기막히게 절륜하였다는 일화가 그 자의 열전(列傳)에 전하고 있사옵니다. 이야기 하오리까, 전하?"

휘숙옹주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외면하면서 킥킥 웃었다.

왕은 잔에 남은 술을 쭉 비워 버리고 임숭재에게 잔을 건넸다.

"하하하, 그것 참 재미있는 일화인 모양이군."

어서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재촉이었다.

"예, 김치양이 얼마나 양기가 절륜하였는가 하면 고려사 열전 김치양 조(條)에 음능관륜(陰能關輪)이라고 쓰고 있을 정도이옵니다."

"음능관륜이라니?"

"예, 음경이 능히 수레바퀴를 걸만큼 강성하였다는 뜻입지요. 하하하…."

왕은 기가 찬 듯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웃지도 못하였다.

육궁(六宮)의 뭇 여인들을 상대로 호색놀음에 정력 소모가 많은 왕에게는 김치양이 같은 초인적으로 정력이 절륜한 사람이 선망(羨望)의 적(的)이 아닐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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