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 줄기세포 세계 첫 개발

세계 최초로 난치병 치료를 위해 인간 배아 줄기세포를 개발한 서울대 문신용-황우석 교수팀이 사실은 '충청도 드림팀'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드림팀 주역 중 한 명인 문 교수는 공주 출신으로 공주사범 부속 초등학교를 3학년 때까지 다녔다.

▲ 문신용(공주출신·서울대 교수)
지난달 27일 서울 창경궁 건너편에 자리한 서울대병원 내 의학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갔는데 당시에 절친했던 친구 2명이 과자, 사과를 사 가지고 인근 냇가에서 '일생 동안 변치 말자'고 언약했어요. 지금 다들 어디 있는지 궁금하네요. 이 글을 보고 연락되면 좋겠네"라며 너털웃음을 호탕하게 터뜨렸다.

문 교수의 부친은 공주중학교 교장 선생을 지내는 등 오랫동안 교육계에 계셨던 문영한 옹이다. 올해 89세가 된 문 선생은 아들인 문 교수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고 한다. 친·인척이 모두 출향해 공주에는 일가가 없지만 문 교수는 지금도 어릴 적 추억이 생생하다 .

"초등학교 입학하던 때, 운동장에서 풀뽑던 기억, 냇가에서 수영하던 일 모두가 기억이 납니다.앵산공원에서 그림 그리던 일, 공주사범 앞에 있던 탱크에 올라가서 놀던 일, 공주사범 뒷산인 월락산에서 놀던 일 모두 기억납니다."

문 교수에게 어릴 적 추억이 더 그립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마도 서울로 온 이후 겪었던 '촌놈' 대접 때문인 것 같다.

"서울 와서 처음으로 형광등을 봤어요. 서울 애들이 촌놈이라고 '왕따'를 시키기도 했는데 아마도 그 때문에 순수했던 '공주 시절'이 더 선명한 것 같아요."
문 교수는 최근에도 공주사범 초등학교 은사들을 만났다고 한다. 부친인 문 옹이 교육계 인사들과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넘었어도 '끈'은 이어지고 있다.

문 교수가 생명의학계에서 이룬 업적은 인간 배아 줄기세포 개발 이전인 1985년 시험관 아기에서 출발한다. 당시 우리나라 최초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켜 주목을 받았던 문 교수는 줄곧 '인간 생명'에 대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그런 만큼 생명에 대한 생각도 깊다.

"시험관 아기가 생명을 만드는 일이라고 하지만 많은 아기를 탄생시키다 보니 '사람이 하는 일은 한계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질 좋은 배아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안 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상당수 봤어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는 사람이 할 수 있지만' 과학으로만 인간 탄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지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간 배아 줄기세포 쪽으로 향했다. '충청도 드림팀'의 구성과정에 대해 묻자 문 교수는 "고향 후배이며 대학 후배인 황 교수를 안 것은 10년 정도 되는데 황 교수는 동물 쪽이고 나는 인간 쪽 연구라 금방 의기투합했지요. 사실 황 교수가 충청도 출신라서 특별하지는 않고 그것보다는 '과학적인 동지애'가 있다고 봐야지요. 서로 과학을 지향하는 바가 비슷해서 공동 연구하는 동안 한번도 트러블이 없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문 교수는 공주 출신 서울대 정운찬 총장과는 경기고 동창이다. 이렇게 보면 충청도 드림팀은 물론이고 서울대를 빛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그 '빛냄'에는 남모르는 노력이 배어 있고 유명세로 치르는 후폭풍도 있다. 시험관 아기 탄생을 국내에서 최초로 주도했던 문 교수는 매스컴에 알려지고 나서 엄청나게 시달렸다고 한다.
"당시에 상당히 힘들었어요. 유명세를 치렀다고나 할까요. 과학을 과학의 눈으로 보지 않고 흥미 위주로 받아들여 어려움이 컸지요."

문 교수가 바라는 삶은 내부지향적이다. 문 교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건 '스님 같은 삶'이지요. 지금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히말라야로 가는 겁니다. 가서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요. 조용히 살려고 하는 것이 충청도 기질이라면 내가 아마도 그걸 타고난 모양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 교수는 줄기세포 이야기가 나오자 '조용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문 교수는 향후 난치병 치료와 관련해 "연구진의 목표는 줄기세포를 난자 없이 성인의 체세포로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세포치료제를 만들어 난치병 치료를 하는 것이지요. 시험관 아기 탄생 후 20년 만에 인간 배아 줄기세포가 만들어졌으니 난자 없는 체세포도 한 10년쯤 뒤면 만들어지지 않겠어요. 내가 만들지 않아도 후배 교수, 연구원들이 만들겠지요"라며 생명과학에 대한 열정을 보인다.

열정을 가지고 평생을 생명공학에 몸 바친 문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참신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나라는 '쉼이 없는' 경직된 문화란 이야기다. 문 교수는 "우리는 너무 일만 해요. 죽어라고 연구하고 안식년제도 활용하지 않지요. 유학 시절에 지도교수인 하워드 죤스 부부에게 'Stop and Think'라는 말을 들었는데 공감이 많이 갔지요. 쉬면서 머릿속을 모두 비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우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라고 지적한다.

문 교수는 고향 발전과 관련한 신행정수도에 대해 "역사적으로 보면 개발보다는 환경보전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요. 고향 발전과 개발은 좋은 일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고향 친화적인 수도 형성이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말을 끝냈다.?
?문신용 교수는…

▲1948년 공주 출생

▲서울대 석·박사(산부인과학)

▲서울대 인구의학연구소 소장

▲과학기술부 프론티어사업 세포응용연구사업단 단장

▲아시아산부인과학회 생식생리위원회 위원장

▲대한불임학회 부회장

▲대한초음파학회 부회장

▲대한보조생식술학회 부회장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회장

▲美타임지 선정 '200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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