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 ?
?
? ?
?

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28)

"예, 남자의 양기를 북돋는 데는 말고기 만한 것이 없는데, 말 중에서도 백마(白馬)가 좋고, 백마 중에서도 숙마(熟馬)가 더 좋고 숙마 중에서도 잘 닫는 말이 좋다고 합니다."

"허, 말고기가 보양제(補陽劑)라니 금시초문이군. 백숙마(白熟馬) 중에서도 준마(駿馬)가 좋다? 그런 말이라면 대내에도 얼마든지 있지."

왕은 침을 삼켰다.

임숭재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는 왕이었다.

"하하하…. 그것 그럴듯한 이야기군."

왕은 말이 교미하는 광경을 연상하고 있었다.

왕은 말을 좋아하였다. 말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말이 교미하는 광경을 구경하기 좋아하였다. 대궐 후원 깊숙한 곳에서 사랑하는 궁첩과 내시를 몇몇 거느리고 몰래 숨어서 수말과 암말이 교미하는 광경을 때때로 즐겨보곤 하였다.

내시 김순손(金舜孫)이 왕의 그러한 악취미를 넌지시 간하다가 임금을 능멸하였다는 죄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가 제주도로 귀양간 것은 왕 2년의 일이었으니 왕의 그런 악취미는 꽤 오래된 버릇이었다.

왕이 백숙마 중에서도 특히 잘 닫는 말을 자주 대궐 안에 들이게 한 것은 희고 훤칠한 백숙마가 보기도 좋았고 잘 닫는 건강한 말이라야 지치지 않는 왕성한 교미욕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준마가 대내에서 무슨 소용이옵니까? 신 등이 듣자옵건대, 준마를 구해서 자주 대내로 들여오라 명하신다는데 준마는 구득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비록 무예를 업으로 하는 자라도 남의 말을 빌어서 타고 익히고 있는 형편으로 준마라면 면포 이삼백 필을 가지고도 그 값을 계산할 수가 없을 정도이옵니다. 옛날에 한(漢)나라 문제(文帝)는 천리마(千里馬)를 물리치면서 말하기를 '난기(鸞旗=천자의 수레 앞에 세우는 기)는 앞에 있고 속거(천자의 거동 때 뒤따르는 수레)는 뒤에 있는데 짐이 천리마를 타고 혼자 어디로 가겠는가?'라고 하여 천년을 두고 미담(美談)으로 전해오고 있사옵니다. 전하께서는 항상 준마를 구하여 어디에 쓰시려고 하시는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타시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시켜 빨리 달리게 하고 구경하시려는 것에 불과한 모양인데 군용(軍用)으로도 희귀한 준마를 다만 도락(道樂)에 쓰시려고 하는 것은 매우 불가하옵니다."

이러한 상소문을 보더라도 신하들은 왕이 후원 깊숙한 곳에서 말을 흘레붙이고 즐겨 구경하는 내막까지는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