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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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29)

엽기적인 말고기 이야기로 한바탕 웃고 나서, 임숭재가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계속하여 입을 놀렸다.

"전하, 이야기가 한참 빗나갔습니다. 천추태후는 자왕(子王) 목종과 함께 쫓겨나 비참한 최후를 마쳤고, 천추태후의 동생인 헌정왕후도 품행이 좋지 않아서 미망인이 된 후에 숙부와 밀통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허, 왕후가 숙부와 사통을 했단 말이지?"

왕은 그러나 아연실색을 하기보다 선정적인 흥미에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임숭재는 왕이 그럴수록 신이 났다.

"왕후가 종실(宗室)인 숙부와 사통한 것에 그친 것이 아니고 그 사이에서 난 사생자가 왕위를 계승하여 자자손손이 임금 노릇을 하였다면 거짓말같이 들리시겠지요, 전하?"

미망인이 된 헌정왕후가 숙부 왕욱(王郁)과 사통하여 낳은 사생자가 목종(穆宗)의 뒤를 이으니 현종(顯宗)이었다.

"글뼯, 그럴 수도 있었던 것이 고려조의 풍습이었던 모양이군. 왕후의 성이 황보씨라고 하지만 외가 성을 따른 것뿐, 왕씨임에 틀림없고 숙부도 종친인즉 같은 왕씨인 것은 분명하니, 아마도 순수한 용종(龍種=왕씨)의 혈통을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근친혼이 성행했듯이 근친간도 왕통(王統)이라는 큰 명분 앞에 묵인된 것이 아닐까?"

"맞습니다. 왕후의 사생자가 타성(他姓)이 아닌 용종이었기 때문에 왕위 계승이 가능했던 것이지요. 헌정왕후 황보씨의 사생자인 현종(顯宗) 임금이 즉위하기까지 재미있는 일화가 고려사 열전에 전하고 있습니다."'

임숭재는 술을 한 모금 넘기고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헌정왕후가 미망인이 되었을 적에 하루는 꿈에 관악산에 올라가 소변을 보니 온 나라 땅이 순식간에 은(銀)바다가 되는지라 꿈을 깨어 점을 치니 점장이 말이 '아들을 낳으면 일국의 임금이 될 것이오'하는 것입니다. 헌정왕후가 대경실색을 하면서 '내가 과부인데 어떻게 아들을 낳으리오'하였는데 후에 숙부 왕욱과 사통하여 아들을 낳고 죽으니 그 아들을 성종 임금이 궁중으로 데려다가 대량원군(大良院君)이라 이름을 지어 주고 길렀는데, 성종이 사자(嗣子)없이 승하하고 전왕(前王) 경종(景宗) 비(妃) 헌애왕후 황보씨 소생자인 목종 임금이 왕위를 계승하여 아까 이야기한 대로 헌애왕후가 섭정을 하면서 외척 김치양과 간통하여 낳은 사생자로서 역성(易姓)을 꾀하면서 동생인 헌애왕후의 사생자 대량원군을 억지로 삭발시켜 삼각산(三角山) 신혈사(神穴寺)에 우거케 하고 나중에는 독살하려고까지 했지만 열성이 도왔던지 살아남으니, 강조(康兆)가 김치양 부자를 죽이고 헌애왕후와 목종을 쫓아낸 후에 대량원군을 맞아들여 왕씨 왕통을 계승하게 하니 8대 임금 현종이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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