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교육ㆍ법원ㆍ종교도 편가르기 '나는 正義, 너는 惡' 독선은 사회 癌 황희정승의 싸움말린 지혜 필요

조선조 시대 최고의 명재상으로 치는 황희정승이 하루는 마당에서 하인 둘이 시끄럽게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연유를 물었다.

먼저 하인 김 서방이 씩씩거리며 싸운 내용을 고했다. 그러자 황희정승은 "음. 네가 옳다"고 말했다.

이 말에 울화가 치민 하인 이 서방이 "아닙니다. 대감! 사실은 이렇게 된 겁니다"하고 자기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황희정승은 "음, 네가 옳다"고 판정을 내렸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하인이 "아니 대감님, 이놈도 옳다 하시고 저놈도 옳다하시니 그게 말이 됩니까?" 하고 따졌다. 황희 정승은 빙그레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너도 옳다"하고 자리를 떴다.

유명한 심리학자 토마스 해리스의 저서로 1500만 부나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I am OK-You are OK' 역시 황희정승의 '너도 옳다'는 개념과 상통하고 있다.

토마스 해리스는 대인관계를 4가지 양상으로 나누었다

첫째 '나는 OK가 아니고 당신이 OK다'하는 것. 이것은 나는 무력하고 불안하다는 열등감, 또는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인 복종에서 나타난다.

둘째는 '나는 OK가 아니며 당신도 OK가 아니다'하는 것. 자신에 대한 열등감은 물론 자기와 관계되는 모든 것에 적대감을 갖는 경우다.

세 번째는 '나는 OK이지만 당신은 OK가 아니다'는 것. 나만 옳고 너는 틀렸다, 나는 정의의 편이고 너는 없어져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우 위험한 사회적 암이다.

네 번째는 '나는 OK이며 당신도 OK다'는 것. 가장 바람직한 관계로 나 자신의 신념과 인생관이 확립돼 있고 심지어 자기의 약점, 부족함까지도 인정하고 상대의 목소리, 주장, 철학을 평가해 주는 것이다. 또한 상대의 개성과 약점까지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가려 응징하는 게 아니라 '공동선'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보수냐, 진보냐, 선거 때 어느 줄에 섰었느냐의 편 가르기로 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유능한 공무원이 군수선거 때 내 편이 아니었다고 쓰레기 처리장 관리자로 좌천을 가고 대학발전에 꼭 필요한 교수가 역시 총장선거때 내 편이 아니라고 보직이 박탈되기 일쑤다.

내 편이 아니면 어떤 분야의 수장(首長)이든 SNS의 첨단 무기 앞에는 속수무책, 조롱거리로 매도되고 너무 더러운 욕설이어서 귀를 씻어내고 싶은 말초적 신조어(新造語)가 판을 친다. 그것은 마침내 사법부에까지 상륙했다. 국민의 권리와 정의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堡壘)인 사법부까지 이렇게 되는 것에는 나라의 미래가 우려된다.

토마스 해리스는 균형 잡힌 사회, 갈등을 발전으로 풀어가는 사회는 강함과 약함, 사랑과 자기주장이라는 네 가지가 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고민과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I am OK, You are OK'의 사회문화이며 하인들의 싸움을 말린 황희정승의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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