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위문물품·기업 후원금 해마다 줄어
소규모·미인가 시설 난방비 등 운영 ‘막막’

▲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충북지역 미인가 복지시설에는 온정의 손길이 끊기면서 어느 해보다 쓸쓸한 명절을 맞이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8일 청주시의 한 사회복지시설 원생이 창문에 기대어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덕희 기자?withcrew@cctoday.co.kr

설 명절을 앞둔 세밑 온정이 움츠러들고 있다. 서민들은 경기침체로 이웃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뿐더러 연말연초면 꾸준히 답지하던 일반 기업들의 후원 손길 또한 뚝 끊긴지 오래다. 18일 청주시 흥덕구 장암동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베데스다의 집(원장 김지홍 목사)은 예년보다 방문객들이 뜸해 정적만 가득하다. 매년 이맘때면 온정을 가득담은 선물 꾸러미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이곳을 찾은 후원인은 지난 주 도내 한 기업의 봉사동아리 모임이 전부다.

지난해는 쌀, 라면 등의 위문품이 이곳저곳서 답지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끊겨 당장 원생들의 겨울나기에도 비상이 걸렸다. 베데스다의 집에는 모두 18명의 지적장애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보호자가 없거나 버림을 받은 사람들이다. 시에서 지정한 복지시설이 아닌 미인가 시설이기 때문에 후원금을 제외한 운영비를 충당할 방법 또한 막막하다. 후원인들이 한달에 1만 원씩 자동납부 하고 있는 후원금으로는 당장 다음달 운영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또 지난달 부터 올 연말까지 신규 결연 신청이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처럼 기관·단체 후원인들의 발길이 끊김에 따라 세재, 화장지, 생필품도 직접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김 원장은 "올해는 간혹 교인이나 자원봉사자들의 방문만 있었을 뿐, 후원의 손길도 어수선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베데스다의 집을 포함, 다른 복지시설의 사정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체장애인과 지적장애인 40여 명을 돌보고 있는 청주 에덴원 또한 냉랭해진 세밑온정에 한 숨 쉬고 있다.

에덴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후원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원생들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처럼 소외계층 복지시설에 수용된 노인, 아동, 장애인 등의 노약자들에겐 어느 계절보다 난방비나 병원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시설 운영자들은 일회성 행사일지라도 연말 방문객들을 기다리게 된다.

경기불황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철이 다가온 것도 복지시설의 냉기를 더하고 있다. 얼굴을 알리기위해서라도 방문하던 정치인들이 총선을 앞두고 몸을 사리고 있고, 특히 출마 예정자는 선거법 위반을 우려해 일체의 기부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복지시설들의 힘겨운 겨울나기는 연탄은행 등 사회복지단체들에게도 포함된다. 한장 당 500원 씩 적립을 해 겨울철 난방비를 걱정하는 불우이웃을 돕는 충북연탄은행은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 실제 충북연탄은행의 경우 후원금 수급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연탄 수급신청 인원이 늘어나는 통에 외상으로 연탄을 구입해 전달하고 있다. 충북연탄은행 관계자는 "개인후원금은 물로 기업이나 단체후원금도 경기 침체와 사회분위기 탓에 지난해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면서 "매일 쌓여가는 연탄 외상값 때문에 당장 내년 겨울에도 봉사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에 도내 한 복지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있은 뒤 사회적 관심과 온정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라며 "영화 도가니의 영향 때문에 미인가 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 단체의 행태들을 사회복지 시설 전체의 행태로 보는 시각 또한 세밑 온정 한파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언 기자 whenik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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