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역 폭발사고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한 가지뿐이었다. 화염으로 두 눈 주위가 검붉게 탄 아들의 어깨를 감싸안고 온기를 나누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병실이 환자로 가득 차는 바람에 복도에 선 채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북한 용천역 사고 발생 5일째인 26일. 이번 참사로 가장 피해를 크게 입은 것으로 전해진 어린이들의 참혹한 현실이 하나 둘 외부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경축 4·25'라고 인민군 창건기념일을 축하하는 붉은색 글씨가 선명한, 용천역 인근 신의주의 한 병원을 방문한 영국 로이터 TV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지역 책임자인 토니 밴버리 등을 통해서다.

이들에 따르면 "언뜻 보아도 어린이 환자가 전체의 60%가량"이 된다. 환자 대부분은 용천역 부근 용천소학교 재학생이다. 10㎞ 밖 건물 유리창이 깨질 정도로 충격이 강했던 폭발 당시 발생한 화염과 열기, 날아든 돌조각, 유리조각으로 얼굴과 손 등을 다쳤다. 눈과 볼 주변이 검게 멍든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많은 아이가 눈을 다쳤고 일부는 치료를 받지 못해 실명할 위기에 놓여 있다. UPI 통신은 "어린이들이 폭발 장면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눈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병원에 들어서자 고통 속에 이리저리 구르고, 고통을 참지 못해 신음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아이의 얼굴에 찢기고 베인 상처가 나 있었고, 응급조치로 얼기설기 봉합수술을 받은 아이도 있었다.

어떤 아이들은 두 눈 다 시력을 잃은 게 분명했다. 병상마저 턱없이 모자라 몇몇은 침상으로 급조된 서류보관용 캐비넷 위에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엄마들은 다친 아이의 침대에 누워 달래고 있었고, 흐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밴버리의 증언이다.

유니세프 평양 주재 대표인 피레에테 불티는 "오전수업이 끝나는 정오 10분 후 폭발이 있었다. 학생 대부분이 하교한 뒤였다"며 "만약 수업 중이었다면 더 끔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들이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이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치료는 사실상 전무하다. 병원에 후송됐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는 유일한 위안일지 모른다. 깨끗한 침구와 음식도 태부족이다.

영양액 주사(링거)를 맞고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로이터의 화면에 잡히지 않았다. 안대를 하거나 색바랜 낡은 하늘색 모포를 덥고 병상에 자리잡은 환자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밴버리는 "(화상 치료에 필수적인) 항생제, 스테로이드, 진통제 같은 기본 의약품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게 없다시피하다"며 "병원은 환자를 돌볼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혹은 고장이 났는지 의료장비와 치료시설도 플러그가 빠져 있기도 했다고 한다.

서방 언론들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2차 감염과 이에 따른 어린이 희생자의 추가 발생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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