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동강 난 향우회통합 '산파'

▲ 곽정현 (충청향우회 상임부총재)
"출향한 지 오래됐지만 향우회와 긴 인연을 맺어 가며 고향을 잊어 본 적이 없네요."

곽정현(70) 'Save the Children, Korea' 이사장 겸 충청향우회 상임 부총재는 향우회를 통해 고향사랑을 실천하는 '향우회 산 역사'다. 예산군 예산읍 수천리 176번지가 고향인 곽 이사장은 80년 초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무했던 향우조직을 재건해 유근창(현 충청향우회 총재) 회장과 함께 충우회를 만들었다.

또 자신의 고향인 예산 향우회가 유명무실하자 발벗고 나서 '재경 예산 군민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곽 이사장은 지난해 향우회가 '두 동강'이 나 법정다툼을 벌이자 이번엔 중재자를 기꺼이 자처해 통합 향우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금까지 향우회 활동을 하고 있지만 모두 묘하게 잘 안될 때 나섰지요. 내가 향우회를 재건하거나 세워 놓으면 잘됐으니 이제 통합 향우회도 잘되는 일만 남았네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장교빌딩 12층 충청향우회 사무실에서 만난 곽 이사장은 향우회의 전망을 낙관했다.

곽 이사장의 고향사랑과는 달리 출향한 지 60년이 돼 가는 그의 어린 시절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아버지, 5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졸지에 고아가 됐지요. 예산에서 천안으로 옮겨 누님댁에 의탁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쉽지 않았어요." 조실부모한 곽 이사장은 집안 사정 때문에 천안중학교에 수석 합격하고도 진학을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천안탕이란 목욕탕에 화부로 취직해 돈을 벌었고 이후 중학과 고등학교(덕수상고)를 졸업하기까지도 계속 '일하며 공부하는' 고학을 해야 했다.

전체 국민 중 8할이 농민이었던 5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한 곽 이사장은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신념으로 농업 분야의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농촌지도소 지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농협 운동, 새마을 운동의 핵심으로 뛰었다. 곽 이사장은 새마을 운동의 공적으로 전국구로 국회에 진출했는데 당시 여당 의원으로 '살농(殺農)'이란 말을 처음으로 국회에서 사용해 당시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 국회에서 '정부 방침은 살농정책이며 농민이 허탈상태에 빠졌는데 이 나라가 잘될 것인가'라는 요지로 상임위에서 발언을 했습니다. 당시 추곡수매가 문제가 불거졌던 상황이었는데 정말 답답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새마을 운동 초기 '새마을 지도자 연수원'을 통해 새마을 지도자를 배출했던 곽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열정과 육영수 여사의 자상함을 떠올렸다. "박 대통령은 말이 많지 않았지만 새마을 지도자, 농민들과 막걸리를 마시고 함께 국수도 먹어 가며 새마을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지요. 박 대통령은 '5000년 묵은 가난을 물리치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고 말하곤 했습니다.
육 여사는 주로 대통령을 대신해 2주간의 새마을 지도자 연수기간이 끝나기 전날 전체 면담을 했지요. 인상적인 일은 통상 한번에 140여명가량 되는 새마을 지도자 연수생들이 배출되는데 모두들 육 여사와 악수를 '너무 세게' 하는 바람에 여사가 저녁이면 수저를 못들 정도가 됐지요. 최근 박근혜 대표가 '악수 바람에' 손에 붕대를 한 장면을 보고 옛날 일이 생각나더군요."

곽 이사장은 그러나 새마을 운동 진행과정에서 '쓰라린' 경험을 맛보기도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새마을 운동 중앙회가 생겼는데 그 사무총장에 전혀 경험이 없는 전경환씨가 대통령의 동생이란 이유로 낙하산된 것. "새마을 운동의 맥을 잇기 위해 80년 초에 새마을 운동본부를 만들었는데 사무총장직에 제가 추천한 3명의 인사가 모두 탈락하고 전경환씨가 느닷없이 나타났어요. 제 책상을 전씨에게 내주고 새마을 운동과는 인연을 끊게 됐지요."

곽 이사장이 지금 몸담고 있는 'Save the Children'은 1935년 영국에서 창립된 사회복지 법인으로 미개발국 어린이들의 '고단한 삶'을 도와주고 있다.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것인데 가난한 나라, 가난한 부모를 만났다고 '엄마 젖' 한번 물지 못하고 죽어가는 어린이들이 있어요. 전 세계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게 인류 최선의 과제 아닌가요." 곽 이사장은 2년 임기인 이사장직을 3년째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Save the Children'의 수혜국이었지만 최근에는 지원국이 됐다.
최근 몽고, 미얀마, 이라크에 지원을 했고 올해부터 어린이 심장재단과 통합해 운영된다.곽 이사장에게 인터뷰 말미에 고향이 어떤 의미냐고 물었다. 한동안 물끄러미 생각하던 곽 이사장은 "어릴 때 추억은 아름답기만 하지요. 정말 아름답고 순백이지요"라고 말한다. 곽 이사장에게 고향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된 듯했다. 지금도 자신이 나온 신례원초등학교 동창회를 두달에 한번 서울에서 갖고 있다고 하는 곽 이사장은 "국민학교 동창이 가장 좋아요. 항상 순수하고 이해관계가 없지요. 근데 이제 다들 70대입니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곽정현 충청향우회 부총재는…

▲1933년 예산 출생

▲농협중앙회 참사

▲새마을 지도자 연수원 부원장

▲새마을 운동본부 창립준비위 간사장

▲제11대 국회의원

▲신례원국민학교·덕수상고·국민대 동창회 총회장, 이사

▲충청향우회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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